한국현대춤협회의 '춤 작가 12인전'은 춤의 장르를 떠나 여러 안무가의 다양한 춤 색깔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공연이다.햇수로 15년째, 6~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작가적 개성을 강하게 드러낸 안무가로 전미숙 최상철 이정희를 꼽고 싶다.
전미숙의 '아듀, 마이 러브'는 논리적 안무가로 독보적인 그의 존재를 다시 확인케 했다.
무대 바닥을 덮은 붉은 천과 노란 원피스, 그 안에 입은 초록색 바지의 색감 조화가 아름답다. 무대 뒷면에 세운 사각 탁자를 벽으로, 무거운 짐으로, 제삿상으로 표현하는 소품 활용력은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흘러간 유행가 '댄서의 순정'을 타고 흐르는 후반부에서 그의 간결하면서 간절한 몸짓은 가슴 찡한 것이었다.
뽕짝조차 우아하게 들린 것은 그의 춤이 가진 참신함과 품위 덕분일 것이다.
최상철의 '빨간 말'은 유머와 재치, 반전의 묘미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사람 머리모양의 세트 안에서 춤추던 그와 빨간 옷의 여자들이 거기서 빠져 나와 앞발을 든 개 형태로 움직이더니, 느닷없이 '이별의 부산 정거장' 노래가 방정맞게 흘러나왔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쾌한 반전에 장내는 웃음 바다가 됐다. 거짓에 대한 경쾌한 조롱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매우 즐거웠다.
이정희의 '하얀 영혼의 노래'는 영상 이미지를 춤과 결합, 일상과 비일상의 대조를 산뜻하게 보여주는 깔끔한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뒷문을 열어 극장 밖 거리 풍경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대조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세 사람의 작품은 논리적 구성과 독특한 색깔이 공통적이다. 논리와 독창성은 안무가에게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것을 갖췄기 때문에, 그들의 작업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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