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재일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일본 오사카에서 흰 바탕의 푸른색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아리랑 선율이 울려 퍼질 수 있을 것인가.4월23일부터 5월6일까지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은 물론 전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남북 탁구 단일팀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코리아팀으로 출전, '만리장성' 중국을 넘고 여자단체전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한 지 꼭 10년 만이다.
국내 체육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단일팀 성사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운용 대한체육회 회장은 지난 달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북이 하나의 팀으로 출전한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과의 회견에서도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13일 평양에서 돌아올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도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말로 단일팀 성사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코리아팀' 구성이 더욱 낙관적인 것은 북한이 이 문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였던 지난해 7월 삼성생명(남)과 모란봉(북) 혼성팀 간 친선 탁구경기를 위해 평양을 찾았던 남측 탁구계 인사들은 단일팀 구성에 대한 북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북한의 박명철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채라우 탁구협회 서기장 등도 줄기차게 단일팀 구성을 강조했다.
"탁구는 평화 스포츠"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아담 샤라라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과 대회 조직위도 엔트리 제출 시한을 연장하는 등 남북단일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 종목'으로 알려진 탁구는 남북 모두 전력이 세계 정상급이다. 수준이 비슷하고 상호 보완성이 뛰어나다는 점, 1991년 단일팀 경험 등으로 늘 남북 체육교류 1순위 종목으로 꼽혀 왔다. 철옹성 중국의 벽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남북 단일팀 밖에 없다는 평가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었을 때 남자보다는 여자팀의 상승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여자탁구의 에이스 류지혜(삼성생명ㆍ세계랭킹 8위)와 김현희(20위)는 1991년 영광의 주역인 현정화-리분희에 버금가는 환상의 콤비로 평가 받는다.
지바 대회 때 공보업무를 맡았던 박도천(朴道天) 탁구협회이사는 "왼손 펜 홀더인 김현희와 오른쪽 셰이크 핸더인 류지혜가 호흡을 맞춘다면 중국의 벽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년여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김현희는 2월 영국 오픈에서 단식 2위, 김향미(67위)와 짝을 이뤄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카타르 오픈에서는 단식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44위에서 20위로 뛰어올라 기량을 인정 받았다.
김한길 장관이 코리아팀에 대한 합의를 안고 돌아오는 즉시 남북 탁구협회는 곧 바로 실무자간 만남을 통해 선수구성, 합숙훈련 장소와 일정 등 세부내용 협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년만의 감격 재현을 위해서는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신임 회장 선임을 둘러싼 내분으로 어수선한 대한탁구협회도 '단일팀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그때'의 주인공 현정화씨
최초 남북단일팀이 구성됐던 1991년 지바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현정화(32ㆍ한국마사회 코치)씨는 "10년전 단일팀이 구성됐을 때만 하더라도 온 국민들이 모든 종목에서 활발한 남북 체육 교류가 이뤄질 줄 기대했는데 10년만에 다시 출발점에 섰다"며 "남북 모두 너무 무신경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시 짧은 훈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시합전 한달과 시합기간 10일이 공동훈련기간의 전부였다. 그런 상황에서 단체전을 우승하자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1년에 3~4차례씩 상대편 지역을 방문해 합동훈련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오는 4월 오사카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이 구성되더라도 공동훈련 기간이 40일을 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당시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북한의 이분희, 유순복 선수의 그 후 소식을 아는가.
"1번 정도 안부를 주고 받았다. 지금은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분희 선수는 탁구지도자를 육성하는 일을 하면서, 결혼 후 출산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분희 선수가 이번 대회에 나온다면 전화통화라도 하고 싶다."
-단일팀 구성이 성사될 경우 후배들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남북 7,000만 동포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는 안 된다. 단일팀이 구성되면 현지에 가 후배들에게 조언도 하고, 북측 지인들과 만나고 싶은데 내달이 산달이어서..."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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