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관계의 보다 짙은 투영', '상호주의와 투명성의 강조' . 한미 정상회담 후 전개될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1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귀국 일성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우려를 정부의 정책 수립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대북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의 입장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는 물론 세부정책, 한미 정책협의 과정 등에 입체적으로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조야는 벌써부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전 고위레벨의 한ㆍ미ㆍ일 정책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또 "북한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행 검증, 지원물품의 전용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이 발언은 정부의 대북지원 및 협상에서 상호주의와 투명성의 강조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대북정책의 보폭과 속도조절에도 영항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한미정상회담 후 높아지고 있는 국내 보수진영과 야당의 정치공세에도 적지않게 작용할 것 같다.
정부는 또 미국의 대북정책과 우리의 대북정책을 보다 긴밀히 접목시키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다.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정책과제인 미사일 해법이 보다 직접적으로 남북 화해 협력을 유도하는 등 한미 연계정책의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양의 변화가 이뤄지더라도 대북포용정책의 기본 핵심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귀국보고에서 "평화의 기회가 있다면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화 중시, 북한 변화 중시 철학을 거듭 확인 한 것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모호한 부분이 있음이 드러난 제네바 핵합의 수정 및 대북전력지원, 재래식무기 감축문제 등 전략적 과제를 미국측과 교통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상당기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지원 문제를 제네바 합의 이행과 연결시키려는 미국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사적 자주권과 맞물린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 등에서는 미국과 역할 분담을 하려 들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작업의 연장선에서 정부는 김 대통령의 포괄적 상호주의를 보다 진전 시키고 이의 실현 방안인 로드맵(Road map) 을 정교히 그리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각된 현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다면 껄끄러운 북미관계를 중재하려는데 그 강조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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