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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김종철 시집 '등신불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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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김종철 시집 '등신불 시편'

입력
2001.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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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54) 시인이 9년 만에 신작 시집 '등신불 시편'(문학수첩 발행)을 펴냈다.'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 간다'

서시 '등신불 - 등신불 시편1' 에서 김씨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는 사람의 평생을 사는 것이, 실은 산 적도 죽은 적도 없는 나 혹은 너가 아니라 '떠돌이' 라고 한다.

이번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한 단어 '등신불' 은 떠돌이 같은 우리의 삶, '깡소주 같은 인생'('시화호를 바라보며' 에서)이 품는 참 자유에의 열망을 드러낸 상징이다.

등단 33년인 그의 시력은 언제나 이렇게 삶과 자유, 존재와 희망 사이의 공간을 떠돌아왔다.

생을 나무 판자에 못질을 하거나, 혹은 못을 빼고 남은 흔적으로 비유한 연작시를 모았던 지난번 시집 '못에 관한 명상'(1992)에 이어 그의 이번 시집도 단단한 상징의 힘으로 구속(몸)과 해탈(죽음) 사이의 완충지대와도 같은 우리 생의 의미를 드러내려 한 존재론적, 구도론적 시의 모음이다.

'먼 발치에서 너를 보았다/ 앙상한 흰 산맥의 갈비뼈가 길가 화장터의 장작더미 위에 누워 타고 있었다// 네팔과 네 팔 사이에!'('네팔에서- 산중문답 시편1' 전문) 네팔의 만년설에서 그는 광대한 히말라야와 스스로의 육신 사이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등신불의 이미지는 성불을 위해 독 속에 들어가 도를 닦다가 그대로 부처가 되어버린 김교각 스님의 설화가 모티프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바보 등신'이라는 우리 구어 표현도 늘 시를 쓰는 동안 머리 속에 떠돌았습니다.

" 김씨는 "우리네 삶이란 것이 결국 구도행과, 육신의 굴레에 갇혀 '스스로의 독 하나 깨뜨리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 사이에 있는 것 아닌가"하며 이번 시의 의미를 말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씨는 '오이도' 등 5권의 시집을 상재한 중견이면서 최근 출판가의 기록을 갈아치운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를 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랜만에 낸 이번 시집이 "내주려는 출판사가 없어 자비 출판했다" 고 우스개를 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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