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배수의 진을 치겠지만 이변은 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승리의 축배를 드는 일뿐이다."(한국기원 관계자)한ㆍ중ㆍ일 3국에서 각각 5명의 최정예 기사들이 출전해 연승전(連勝戰) 방식으로 우승을 다투는 대회. 국가별 단체대항전 '제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일간스포츠ㆍ㈜농심 공동주최)의 결승 3차전이 14일부터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다. 지난 해 가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과 서울을 오가며 치른 1, 2차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라운드다.
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1992~96년)부터 지난 해 제1회 대회까지 역대 국가대항전을 싹쓸이해 온 태극 군단은 어느 때보다도 느긋한 입장이다. 당초 대표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과 '야생마' 서봉수 9단이 탈락, 중량감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신예 기사들의 대활약으로 출전 3국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특히 1번 타자로 나선 '겁없는 10대' 최철한 3단이 중국의 '6소룡'류징(劉菁) 7단과 위핑(余平) 6단에다 일본의 3대 타이틀 혼인보(本因坊)를 보유한 왕밍완(王銘琬) 9단까지 연파하며 선배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최 3단을 이어받은 '반상의 괴동' 목진석 5단은 일본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의 '우주류'에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중국의 NEC배 보유자 샤오웨이강(邵?剛) 9단을 꺾으며 제 몫을 다해주었다.
1, 2차전 한국의 성적표는 4승 2패. 이제 상하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선수는 3명이 남았다. 이창호에 버금가는 수읽기와 끝내기 실력으로 정평이 난 '돌하르방' 최명훈 7단과 올들어 9승 3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바둑황제'조훈현 9단, 부동의 '세계 바둑 1인자'이창호 9단. 외형상 한 치의 빈틈도 없어 보이는 철벽 진용이다.약간의 변수라면 이 9단이 국내 무대에서 전에 없던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바둑 전문가들은 "공한증(恐韓症)의 상징인 이창호가 버티고 있다는 전시효과만으로도 한국의 위력은 대단하다"며 형세를 낙관하고 있다.
2승 3패를 기록한 중국은 창하오(常昊) 9단과 지난 해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자 위빈(兪斌) 9단 등 2명이 대기중이다. 창하오는 2차전 마지막 대국에서 일본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을 가볍게 제압, 2연승을 노리고 있다.
다음 상대로는 최명훈 7단이 유력한데 만약 최 7단마저 무너뜨린다면 분위기상 무섭게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회에서도 그는 조훈현, 유창혁을 누르며 막판 3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과 함께 2승 3패를 기록한 일본은 '대마 킬러'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과 랭킹5위 고세이(碁聖) 보유자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7단 등 신구 세대의 대표주자 2명이 한국의 2연패를 저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주장 격인 왕밍완 9단이 뜻밖에 초반 탈락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어왔지만 비밀병기 야마시타가 정상 기량을 보여준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편 농심배는 이번 대회부터 총상금을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연승 상금도 신설, 3연승시 1,0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1승당 1,000만 원씩 추가키로 해 선수 개인의 승수 쌓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원은 결승라운드의 대국실황을 인터넷 자회사 세계사이버기원(www.cyberkiwon.co.kr)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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