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공적자금 투입은행에서 대거 이탈해 외국계 은행과 초우량은행으로 몰렸던 시중 여유자금이 지난달부터 다시 'U턴'하고 있다.잇딴 금융사고에 따른 무더기 예금 인출사태로 집단적 고사위기에 몰렸던 상호신용금고에도 돈이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부터 시작된 예금부분보장제는 현재까지는 '연(軟)착륙'하고 있으며, 부분보장제 시행에 따른 부실금융기관의 예금인출사태와 이로 인한 부실 금융기관들의 연쇄도산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당국이 은행그룹별 예금(실세 요구불예금 및 저축성예금 기준) 증감추이를 점검한 결과, 한빛 서울 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 6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예금은 2월 한달간 6,807억원이 증가했다.
예금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ㆍ4분기이후 처음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제2단계 금융구조조정과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에 따른 퇴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작년 3ㆍ4분기부터 예금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4ㆍ4분기엔 월평균 1조2,000억원이상 이탈했고, 금년 1월에도 7,000억원이 넘는 예금이 감소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에서 떠난 뭉칫돈이 찾은 곳은 국내 우량은행과 외국계 은행들이었다.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 기업 농협 등 7개 우량은행의 경우 작년 3ㆍ4분기에 월평균 3조원, 4ㆍ4분기에는 월 5조원이상 예금이 폭주했고, 씨티은행이나 HSBC같은 외국계 은행에도 지난해 4ㆍ4분기중 월평균 5,000억원을 웃도는 돈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계 은행의 예금은 1월 1,210억원의 순유출로 돌아선데 이어 2월엔 감소폭이 3,321억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국내 우량은행을 찾는 예금은 계속 증가되고 있지만 1월 2조원선, 2월에는 1조3,000억원대로 증가폭이 현격히 둔화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말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대로 높아지면서 퇴출 공포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떠났던 예금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월중 우량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6.15%.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연 6.2%다.
BIS비율이 8%를 훨씬 넘었고, 퇴출로부터도 자유로워져 제반조건이 같아진 만큼 예금자들로서도 단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진 셈이다.
한편 존립기반 마저 위태로웠던 상호신용금도도 예금이 플러스로 반전됐다. 작년 11월 4,600억원, 12월엔 1조2,000억원까지 예금이 쪼그라들었던 신용금고는 올들어 1월 7,099억원, 2월엔 7,572억원으로 예금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예금자들의 냉정한 선택에 의해 소수만이 살아남고 대다수 금융기관은 자연도태될 것이라던 예금부분보장제는 시행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는 연(軟)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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