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은 '속삭이는 회랑(whispering gallery)'이라는 신비의 장소로 유명하다. 먼 거리에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 것도 잘 들을 수 있고 특히 속삭이는 소리가 건너편 회랑에서 더 잘 들린다.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을 이루는 타원형 천정이 신비한 현상의 원인이다.
이 대성당은 지상에서 꼭대기까지 높이가 108㎙에 이르는 고딕 양식의 웅장한 성당이다(63빌딩의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250㎙).
'속삭이는 회랑'은 돔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259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데, 돔의 아래 둘레를 따라 빙 도는 복도이다. 이 복도에서 벽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 그 소리가 건너편 복도에서 또렷이 들린다.
빛이나 소리와 같은 파동은 장애물에 부딪치면 반사한다. 자연상태에서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작게 들린다. 그 이유는 소리가 모든 방향으로 전달되면서 세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운데가 뚫린 파이프에 대고 말을 하면 멀리서도 잘 들리는데 이것은 소리가 퍼지지 않고 파이프 안에서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원 모양의 벽으로 이루어진 방에서는 타원의 초점에 해당하는 곳에서 소리를 낼 경우 이 소리가 일단 사방으로 퍼져 나가지만 타원 모양의 벽에 도달할 때는 모두 건너편 초점에 해당하는 위치로 다시 모이게 된다. 그래서 타원의 한 초점에서 낸 소리는 건너편 초점에서 아주 또렷이 들린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속삭이는 회랑'은 파동의 반사 성질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그러한 신비스러운 현상을 내도록 설계되었다.
이 성당은 크리스토퍼 르엔 경의 설계로 1710년 완성됐다. 1666년 런던에 대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런던 전체가 대대적으로 새로 설계됐다. 이 때 런던 전체의 재설계를 감독한 사람이 당시
옥스퍼드대학 교수였던 르엔 경이다. 르엔 경은 천문학과 기하학 그리고 건축학에 뛰어난 학자였다. 당시 51개의 성당을 새로 짓기 시작하였는데 특별히 이 성당은 르엔 경이 직접 설계하였다고 한다.
파동의 반사 성질은 소리 뿐 아니라 빛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 그래서 빛이 계란 모양의 동공 안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공명을 일으키는 현상을 '속삭이는 회랑 효과(whispering gallery effect)'라고 부르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속삭이는 회랑 효과를 이용하여 회의실을 설계한 건축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국회의사당의 유명한 내셔널 스태추어리 홀(National Statuary Hall)도 속삭이는 회랑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차동우ㆍ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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