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알리바이(현장부재 증명)로 인해 미궁에 빠졌던 강간상해사건이 검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9개월여만에 진상을 드러냈다.서울 강남의 포장마차 주인이자 단란한 가정의 안주인이었던 A(40)씨에게 날벼락이 내린 것은 지난해 6월. 인근 편의점에 손님 담배심부름을 갔다오다 폭행을 당하고 속옷까지 찢기는 봉변을 당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단골손님' 송모(29ㆍ회사원)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송씨의 알리바이는 치밀했다. 송씨는 "동료들과 함께 포장마차에 갔을 때 A씨는 이미 다친 상태였다"고 진술했고, 동료들은 "곧바로 송씨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고 두둔했다. 편의점 금전출납기에도 A씨가 사간 종류의 담배를 판 기록이 없었고, 당시 근무했던 편의점 직원마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송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서울지검 형사4부에 송치, A씨만 사건이후 남편과 별거까지 해야하는 이중의 피해자가 됐다.
검찰은 그러나 초동수사 때 A씨 옷에서 채취된 혈액이 송씨의 혈액형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 사건을 재차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금전출납기가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됐다는 새로운 사실이 나왔고, 편의점 직원도 "A씨가 미인이었다"는 기억을 되살려냈다. 집요한 추궁에 송씨의 동료들도 당초의 진술을 번복, "송씨와 함께 포장마차를 나왔지만 행방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궁지에 몰린 송씨는 마침내 지난 6일에 자신의 짓임을 털어놓은 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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