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문고의 혼란에는 누적된 교육 정책의 실패, 숱한 의혹을 받고도 근절되지 않았던 교육계 비리가 응축돼 있다.'제2의 상문고사태'와 더 이상의 학생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누가 비리전력 재단을 복귀시켰나
상문고는 상춘식 전 교장의 구속후 6년간 관선이사 체제 하에서 정상 운영됐다.
하지만 1999년 12월 제4기 관선이사진이 부인 이우자씨 등 상씨의 측근들을 새 이사진으로 전격선임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승인하는 바람에 학교가 다시 발칵 뒤집혔고, 이후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만장일치로 이뤄진 결정과정은 워낙 은밀히 이뤄져 공개된 것은 다음해 1월 들어서다.
이 결정을 내린 관선이사진은 1기부터 상임이사직을 역임한 퇴임 교육관료 임모씨를 비롯해 전ㆍ현직 교장, 전ㆍ현직 관료 및 변호사 등 7명이다. 당시 이사들 가운데 일부는 "상임이사가 모든 것을 주도해 들러리를 섰을 뿐"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한다.
교육청측도 "상씨가 횡령원금 17억원을 변제하고 반성의 뜻이 뚜렷해 재단을 '원주인'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또 비리전력자 상씨와 이사장 이씨는 별개의 자연인"이라는 논리를 동원했다.
반면 구재단을 반대하는 교사들은 "교육청 고위간부와 상씨가 결탁된 '비리커넥션'이 각본에 따라 상씨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4기 관선이사를 내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된 결정에 따른 문책은 실무 공무원 두명에게만 돌아갔다.
■누가 제도적 방지책의 발목을 잡나
상문고 재단의 복귀에 앞서 99년 7월 당시 국회 교육위 합의로 사립학교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공익이사제' 등 시민단체 요구는 무시된채 사학재단쪽 입장만 반영, 분규재단에 파견된 관선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했다.
이 개정법이 바로 비리 전력 재단이 복귀하는 길을 터줬다. 지난해 상문고 사태가 불거진 이후 다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빗발쳤고, 지난달 국회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사학법인에 대한 견제책을 담은 개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내 견제 때문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갈팡질팡 행정은 누가 책임지나
교육청은 9일 재배정 조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학부모들과 협의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밀어붙이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사후에 결정내용을 설명하러간 부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장학관은 2, 3학년 학부모들에게 포위된 채 거센 항의를 받다가 사실상 즉석에서 결정을 유보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상문고 사태는 학생들의 입장에 따라 학부모들이 재배정 강행과 철회로 4분5열되면서 대립해 더욱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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