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이곳에서 책을 사라고 해서 왔는데 책이 없다니 어떻게 해요." "다른 사람을 위해 한 권 이상은 팔 수 없어요."새 학기 들어 교과서 구입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의 수요예측 잘못이나 엉터리 배달로 학생들이 교과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1인 2교과서 갖기'바람까지 겹쳐 내 돈 내고 내 책 사기도 힘든 지경이다.
휴일인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교과서 매장은 전쟁터였다. 종로서적 영풍문고 등 다른 대형서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교보문고의 경우 신학기를 대비해 들여온 10만여권의 교과서는 열흘 만에 동이 났고, 앞으로도 10만여권을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주먹구구 교과서
공급 책이 엉뚱한 곳으로 배달되는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강원 춘천시의 경우 S초등학교에 3~5학년용 영어교과서 180권이 공급되지 않는 등 모두 7개교에 교과서 일부가 배달되지 않았다.
이는 해당 교육청이 올 초 경비절감을 위해 민간 택배업체에 배부를 맡기면서 주문 부수가 틀리거나 책이 엇갈려 배부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
일선학교의 수요예측 잘못은 연례행사에 가깝다. 서울 D고 신입생 30여명은 아직까지 교과서를 받지 못했다. 신입생용으로 320명 분의 교과서를 신청했지만 실제 신입생은 350여명이었기 때문. 이 학교 1학년 C군은 "서점에 쌓여있는 교과서를 보니 왜 교과서도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과서는 두 권씩
'1인 2교과서'바람도 교과서 구입 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물함 설치가 일반화하면서 교과서를 수업용ㆍ예습용으로 나누거나 가방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 권 더'사는 경우가 많다.
이날 교보문고에 교과서를 구입하러 나온 서울 J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어머니 A(34ㆍ여)씨는 "요즘은 초등학생 대부분이 교과서를 두 권씩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무실해진 '헌책 물려쓰기' 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 교사는 "찢어지거나 문제에 답이 적혀 있는 등 교과서로 쓰기에 부적절한 헌책이 적지 않다"면서 "차라리 새 책과 헌 책 두 권씩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불필요한 추가 구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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