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잔학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5일 시작된 제29회 아이디타로드 개썰매경주대회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이디타로드대회는 늑대개의 일종인 허스키가 끄는 썰매를 몰고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베링해 항구도시 놈까지, 서울∼부산의 4배가 넘는 1,770여㎞를 혹한속에 달리는 대표적 개썰매경주.'인간의 한계를 검증한다'는 꿈을 안고 올해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8개국 68개팀이 참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험준한 지형과 혹한의 날씨, 기록을 단축하려는 무모한 경쟁이 개의 희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금까지 동물보호단체가 파악한 경주도중 희생된 허스키는 110여마리. 그러나 이는 최근 대회서 확인된 숫자일 뿐 이전 대회나 훈련때, 레이스 이후 사망한 숫자는 빠진,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다. 한 팀이 16마리까지 개를 동원할 수 있고 골인때 최소 5마리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대회규정만 봐도 개가 얼마나 많이 희생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상금(총상금 55만달러, 우승상금 6만2,000달러)이 많아지면서 촉발된 경쟁은 70년대 20일이던 기록이 95년 9일로 단축될 정도. 이 같은 급격한 기록 단축은 개들의 희생이 어느 정도인 지를 짐작케 한다. 즉 쉴 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혹사, 잠이 모자란 개들이 졸면서 달리다 썰매에 깔려 죽거나 줄에 목이나 다리가 감겨 질식사하거나 골절상을 당한다. 다친 개들은 레이스 도중 버려지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허스키들은 경주때 외에도 혹독한 훈련, 열악한 환경, 솎아내기 등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면서 "개썰매 경주는 철인을 가리는 경주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역겨운 스포츠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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