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언론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유보하고, 대북 강경발언을 내놓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다소 긴장이 조성될 우려가 높다고 진단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조치도 그 속도가 늦추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뉴욕 타임스는 9일 사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시작된 건설적인 회담을 중지함으로써 북한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외교로 북한을 달래려고 노력해온 한국 정부는 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부시 행정부는 아직도 북한에 대한 다음 단계의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을 주의 깊게 검토해 연말 에는 회담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9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한 발언으로 한반도에 긴장완화 대신 냉랭한 기류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인들은 대북 화해 조치도 다소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북 자세가 강경해지면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도발을 재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폐쇄 공산국가인 북한과의 화해를 추진해온 미국과 한국의 노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주 들어 다소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나온 것으로 미뤄 부시 행정부가 아직 대북 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미사일방어시스템과 같은 군사적 수단이 아직 필요하기는 하지만 능동적인 외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9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과 단절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 관리들은 김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북한과의 평화선언 계획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8일 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난 최초의 아시아 지도자가 됐으나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 때문에 정상회담이 빛을 잃었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현실주의자'라고 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거의 합의 단계까지 갔던 북한과의 협상이 부시 행정부에서는 좀 더 먼 이야기가 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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