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에도 미국을 이끄는 주도세력의 검증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한반도 전문가와의 간담회(8일ㆍ한국시간)에 이어 9일에도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미국외교협회(CFR) 공동주최 오찬간담회, 상ㆍ하원 외교위원장 주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간담회는 덕담의 자리가 아니었다.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이리저리 따져보느라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일종의 '국제 청문회'였다.
특히 AEI 간담회에는 16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사의 논설위원, 기자들이 몰려 보조의자까지 마련해야 했다.
조셉 시스코 전 국무차관, 짐 만 LA타임스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생거 뉴욕타임스 동경지국장,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 동아태소위원장, 빌 거츠 워싱턴타임스 칼럼리스트, 폴 거쉬만 민주연구소장 등 6명이 던진 질문은 정곡을 찔렀고 김 대통령의 답도 정확했다.
의회간담회에서도 참석자는 의원과 전문위원 20명이었지만 질문은 날이 서 있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내내 짓누르던 간담회의 끝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였다.
다음은 두 간담회의 문답 요지.
-한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반대한 것인가.
"그 일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NMD 반대가 아니다. 러시아가 'NMD 반대'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한러 공동성명의 ABM 조항은 오키나와 G8 정상회의 등에서 채택된 것이어서 집어 넣었는데 그 문구가 안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에서 '평화선언'이 나오는가.
"평화선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다. 평화협정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회담에서 논의될 문제다. 이번에 그 논의는 없다. 평화선언 방식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1992년 맺어진 남북기본합의서 속에 불가침합의가 있다. 현재도 법률적으로 살아있으니 활용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결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돼야 북미관계 개선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의견에 찬성한다. 어제 세 가지 주고, 세 가지 받는 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안했다. 북한으로부터 ▲제네바 합의의 준수 ▲미사일 제조에서 판매까지의 완전한 해결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 포기를 보장받고 ▲한미 양국의 북한 안전보장 ▲적정한 경제협력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과 금융기관의 차관 확보를 주는 것이다. 이 같은 포괄적 상호주의를 추진하되 약속이 실천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제네바 합의의 개정 목소리가 높은데.
"제네바 합의는 부시 행정부도 지키겠다고 했다.경수로를 화력으로 바꿔도 기간이 단축되지 않고 경비만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미국 정부가 원한다면 모든 문제를 상의할 준비가 돼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캠페인을 벌이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 이의가 없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개적인 문제제기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평가해달라. 북한의 개방을 믿을 수 있다고 보는가.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절대적인 지도자다. 대단히 머리가 좋다. 이쪽 말이 납득되면 받아들였다. 주한미군의 통일 후 한반도주둔, 미국과의 관계개선 촉구도 받아들였다.
미사일 문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개혁ㆍ개방은 생존의 문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최근 감소했는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은 대남도발이나 비방을 하지 않고 있다. 경의선 복원공사도 잘 진행되고 있고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국방장관 회담도 열렸다."
/워싱턴=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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