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라도 좋습니다. 어디 일자리가 없나요?"지난 6일 201개 중소기업에서 인턴사원 789명을 뽑는 서울 취업박람회에 무려 7,500여명이 몰렸다.대부분이 대졸 미취업자거나 실직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책 한권 분량의 입사원서를 쓴 대졸자도 있고, 면접을 50번 이상 본 실업자도 있다.
올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왔다며 하늘을 원망하면서 해외로 골프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새통인 것 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7일 아침에는 서울 동대문야구장 부근에서 노숙자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패정도로 보아 보름이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보호시설 수용인원을 포함한 서울 전체 노숙자는 3,738명이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김씨처럼 숨진 노숙자는 225명에 이른다.
사회가 이들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줘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더 절망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계기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면서 소득 불평등도가 1985년보다 더 악화했다.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간 소득격차는 85년 5.12배에서 줄곧 감소했지만 98년 5.41배, 99년 5.49배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에는 5.32배로 조금 줄었지만 85년에 비하면 0.2배 높다. IMF체제는 언제나 끝이 날 것인가.
■노동자 계층 중에서도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의 6배가 되며, 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또 다른 통계청 발표는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이 조사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 이어서 고소득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쟁력 향상'을 최우선시 했고, 어느 정도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력 향상이 곧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삶의 질 향상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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