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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세탁방지법 합의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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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세탁방지법 합의는 했는데..

입력
200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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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세탁방지를 위한 관련법안 심의를 놓고 정치권에 논란이 한창이다. 정치권이 슬그머니 정치자금과 탈세 등 알맹이를 빠뜨린 채 관련법안을 제정하려다 민주당 소속 조순형 천정배 두 의원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정치개혁을 주창하는 국민의 정부가 돈 세탁 범죄의 요체인 '정치자금'과 '탈세'를 제외한 채 껍데기 뿐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해 할 수 없거니와, 한술 더떠 국회가 슬그머니 처리하려 한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듯, 뒤늦게 정치자금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했다. 결국 두 의원의 수정안 제출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름뿐인 돈 세탁 방지법안은 어엿하게 제정될 판이었다. 두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불법 정치자금의 경우 현행 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고, 특히 계좌추적 등 정치적 탄압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제외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법을 만들기 전 그 법의 악용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치자금을 제외하자는 것은 정치권의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폴란드와 함께 관련법을 제정해 놓고 있지 않아 돈 세탁이 횡행하는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정치자금으로 얼마나 얼룩져 왔고, 얼마나 많은 폐해가 있었는가를 생각한다면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는 분명해진다.

수십억원을 받고도 재판정에 회부돼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었다고 궤변을 늘어 놓는 정치인들이 이 땅에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자금과 탈세가 제외된 법안이라면 제정될 이유가 없다. 기왕 나라의 체면상, 또는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위해 돈 세탁 방지 법안이 필요 하다면 두 가지 사안이 포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가지가 제외된 돈 세탁방지법 제정은 속된 말로 팥고물 없는 빵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려는 '얄팍한 상혼'과 진배 없는 것이다.

조순형 천정배 두 의원이 결코 공명심에 들떠 당 지도부에 항의하고, 수정안을 제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들의 뜻에 동참해서 수정안에 서명해 준 30여명의 여야 동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에 이런 의원들이 있다는 것은 정치에 희망을 걸어도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여당 지도부가 뒤늦게나마 두 의원의 뜻을 받아 들인 것은 백번 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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