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10시 조흥은행 본점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는 금융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비록 거절을 당하기는 했지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주총에 초청했고, 소액주주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주총 장면을 생중계키로 했다.
게다가 위성복(魏聖復) 행장은 주주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갖고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면서까지 소액주주들과 대화를 나눴다.
"장기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샀는데 외국 증권사 주가 전망이 왜 이렇게 나쁠 수 있느냐." "도대체 적자가 난 은행에서 어떻게 임원들이 성과급을 받느냐.
우리는 3년동안 배당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속으로만 삭혀왔던 '분(憤)'을 맘껏 토로했다.
지금까지 주총이 형식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급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조흥은행의 이 같은 시도는 매우 신선했다.
소액주주들도 주총장에서 얼마든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간접적이나마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총 내내 소액주주들의 얼굴에 여전히 씁쓸함이 묻어났던 것은 왜 일까. 500여명의 주주들이 몰려들었지만 주총 자료를 200부 밖에 마련하지 않았다든지, 홍보만 요란했던 인터넷 생중계도 시스템 고장으로 불발에 그쳤다든지 등의 준비 부족도 한 원인이었을 테다.
하지만 이 보다는 새로운 그릇에 담을 내용물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데 있지 않았을까. 은행측은 솔직한 실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온통 변명 일색이구만." 주총장을 빠져나오던 한 소액주주의 푸념은 앞으로 '변화하는 주총'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업 경영주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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