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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른 인터넷 / (下)'포르노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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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른 인터넷 / (下)'포르노의 바다'

입력
200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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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부 인터넷교실 수강을 시작한 주부 박모(36ㆍ서울 광진구)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PC로 복습을 하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교실에서 배운대로 PC 임시폴더에 남은 파일을 통해 아들이 즐겨 찾는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절반 이상이 음란사이트였다.박씨는 "임시폴더에 남겨진 사진 대부분이 성인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어서 며칠동안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학부모정보감시단(cyberparents.icec.or.kr) 등의 음란물 상담사이트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상담이 부지기수다. 국내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단순한 검색만으로 접속 가능한 국내외 음란물 사이트는 35만 여 개.

이 가운데 80%이상은 형식적인 통제장치도 없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에 방치돼 있다. 게다가 매일 1,000개 이상의 신규 음란사이트가 등장하고 있어 관계 당국에서도 통계 파악을 포기한 지 오래다.

홈페이지 위주였던 음란물 유통방식도 각종 게시판과 P2P(개인간 파일교환), 동호회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의 음란물 동호회는 비공개로 청소년 회원을 모집, 자료를 공유한뒤 곧바로 해산하는 '게릴라'식으로 운영돼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9일 현재 500여 곳의 음란물 동호회가 활동중인 D포털 사이트의 한 동호회의 경우 전체 회원 200여명 가운데 40%가량이 10대 청소년들이다.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한글 음란사이트는 청소년을 겨냥해 노골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해 치외법권 지대나 마찬가지다.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스타의 합성 누드사진과 일본 음란 애니메이션을 초기에 무료로 배포하며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이트만도 100여 개에 달한다.

인터넷 음란물 범람의 가장 큰 폐해는 음란물 중독 연령대를 점점 낮춰 왜곡된 성의식을 조기에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33)씨는 "남자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인터넷 음란물에 접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더 빨리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며 "음란물 접촉과 소유 여부가 또래집단 사이의 권력이 될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ㆍ36) 소장은 "청소년의 음란물 접촉 자체를 막으려 하기 보다는 접촉 이후 인성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청소년을 지도할 성인들이 우선 인터넷 음란물 대처방안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민간 사이버경찰 아직 '걸음마'

"폭탄을 내다 판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문제인가요" (폭탄 제조 사이트 운영자 15세 김모군). "내가 내 몸 팔아 돈 벌겠다는데 님들이 도와준 거 있어?" (원조교제에 대한 한 여고생의 게시물).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지나친 욕설과 험담 때문에 폐쇄 조치가 내려진 한 '안티학교' 사이트에는 "인터넷인데 욕 할 자유도 없냐"는 초등학생들의 왜곡된 반발이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속출하고 있는 인터넷과 관련한 사고들을 기존의 윤리의식을 인터넷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윤리지체현상'으로 설명한다.

때문에 "인터넷문화와 윤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결 같은 지적이지만 교육의 주체인 학교나 부모들 역시 인터넷과 그 문화에 대해 무지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학생들에게 네티켓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과천중앙고 김성천(金聖天) 교사는 "철저한 준비 없이 계도식 교육만 벌여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와 학생이 문제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주혜경(朱惠璟) 단장은 "지금도 '내 아이는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는 부모들이 대다수"라며 고개를 저었다.

민간감시기구의 활성화와 ISP(인터넷접속서비스) 업체들의 자율규제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신여대 황승흠(黃承欽ㆍ법학과) 교수는 "영국의 경우 각 ISP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단체인 IWF(인터넷감시재단)가 정부의 위임 하에 사이버 경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호주 역시 ABA(호주방송총회)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안전한 온라인 이용을 돕기 위해 겟넷와이즈, 사이버엔젤스 등의 민간핫라인 기구가 청소년감시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민간기구 활동은 걸음마 수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권장희(權長熙) 사무국장은 "감시의 권한과 책임을 전담하려는 정부당국과 박자가 맞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ISP나 인터넷 컨텐츠 업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독일의 경우 외국에 서버를 둔 ISP라도 어린이들에 유해한 정보를 유포할 때에는 자국법으로 처벌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4,000억원을 들여 각급학교에 설치한 전용선에 조차 유해정보차단 기능이 없다. 미국이나 일본의 ISP들이 각 학교에 필터링(컨텐츠 여과)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국청소년연구원 남형기(南亨起) 사무관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란 없다"며 "음란물 차단소프트웨어 등 기술적인 접근은 물론 윤리교육, 자율감시네트워크, 법적 제재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한 청소년의 일탈은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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