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의 영수회담 결렬 후 냉랭해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리를 같이 할 수 있을까.대통령이 주요국 방문 후 전직 대통령이나 야당 총재 등에게 성과를 소개하는 일은 통상적인 일.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설명회를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경우 김 대통령은 이 총재를 따로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야 영수회담이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총재도 부정적이지 않다. 이 총재는 9일 가회동 자택에서 "귀국 후 자세한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김 대통령이 돌아와서 (정상회담에 관해) 하는 이야기를 일단 들어보고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딱 부러진 답은 아니지만 여지는 열어 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총재는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것도 아주 조심스러워 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가급적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려 애썼다. 이를테면 한미 간의 시각차를 언급하면서도 "서로의 시각을 잘 알고 있어야 앞으로 대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는 외교 중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김 대통령이 귀국한 뒤 두 사람의 만남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여겨진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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