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 오전(한국시간) '학계 저명인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내놓았다.김 대통령은 대북공조 확인 등 공동발표문 5개항을 성과로 평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대북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에 관심을 표명했고 나는 긴장완화부터 시작, 군비감축으로 가자는 구상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평가는 성과가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과의 인식 차이도 있었다는 얘기로 압축된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의 차이가 본질적이고 결정적이냐이다. 우리 정부나 백악관은 한미 동맹의 지속 발전, 미국의 대북 화해협력정책 지지, 대북공조 확인 등을 적시하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북 시각차는 있을 수 있으나 향후 구체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하지만, 북미관계에서는 따질 것은 따지고 검증할 것은 검증하겠다는 이원적 접근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다른 두 궤도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한 궤도의 문제이다. 북미관계가 질척거리면 남북관계는 그만큼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후 미 의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인권탄압에 대해 힘의 우위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힌 대로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한다면, 한반도의 해빙무드는 약해지게 된다.
김 대통령이 견지하고 있는 '선(先) 교류협력 후(後) 군사적 신뢰구축'이라는 구도도 미국의 '선(先) 군사적 신뢰구축' 입장과 배치되게 된다.
이런 입장 차이가 계속 변하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은 갈등의 소지를 안게 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각료들의 청문회 인준을 불과 얼마 전에 마치고 아직 실무팀을 구성하지 않아 큰 전략만 세워놓고 있다.
지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시험하는 단계이며 북한의 반응,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힘의 우위론'은 얼마든지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총론의 합의를 바탕으로 향후 대북접근법에서 조율이 필요한 '미완의 회담'이라 할 수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공동발표문 전문.
금일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50여년 동안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고 안정, 번영 및 민주주의를 증진해온 한.미 안보동맹이 근본적으로 중요하고 강력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안보, 정치, 경제 및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한.미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양 정상은 남북한간 화해.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지속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남북 문제해결에 있어서 김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양 정상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안보에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양 정상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계속 유지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동합의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 북한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장하기로 하였으며,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 양국간, 그리고 한.미.일 3국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 유지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세계 안보환경이 냉전시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데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대량살상 무기 및 운반수단으로서의 미사일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대두됨에 따라 억지와 방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비확산 외교, 방어체계및 여타 관련 조치 등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였다. 양 정상은 세계평화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하여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이러한 조치들에 관하여 동맹국과 기타 이해당사자들간에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간 경제.통상관계가 보다 성숙하고 상호 유익하게 발전되고 있는 데에 주목하였다. 양 정상은 한국의 경제개혁 노력을 지지하고양자 통상현안들을 협의해 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양 정상은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의 조기 출범을 지지하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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