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었을 땐 이런 음악을 좋아했었지. 한번 들어볼래"마치 삼촌이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얘기처럼 '슬로 핸드' 에릭 클랩튼의 새 음반 'Reptile'은 그렇게 자연스럽고, 유연하다. 복고적이나 낡지 않았고, 기교를 자랑하지 않지만 더 잘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속주가 아닌 여운있는 연주 때문에 '슬로 핸드' 라는 별명이 붙은 에릭 클랩턴(56)은 지난해 비비킹과의 협연 앨범 'Riding With The King'으로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블루임을 천명했다.
"내 고향에선 어릴 때 사람들을 "reptile(파충류, 비열한 놈)'이라고 불렀다. 그건 결코 욕이 아니었다. 사람들끼리 그냥 흥겹게 부르던 말이었다"
그가 음반에서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삼촌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음악이나 그림, 옷이나 그런 모든 취향은 형 같았던 삼촌 안드리안과 지내던 유년시절에 형성된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삼촌을 그리며 만든 음반은 블루스의 대가 빅 조 터너의 'Got You On My Mind' 같은 옛 블루스 곡으로 가장 뚜렷한 복고취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보사노바 리듬과 블루스 기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첫 곡 'Reptile'은 그가 여전히 현재와의 조우를 그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정통 블루스곡 'Find Myself', 스티비 원더의 'Ain't Gonna Stand For It' 등 '기타 9단' 의 멋진 블루스 맨인 에릭 클랩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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