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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내치

입력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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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이상한 발음 뿐이다. 히피족 미키(브래드 피트)는 '도그(개)'를 '대그'라고 발음한다. 러시아인, 흑인, 유태인을 가장한 영국인 등 모두영국식 영어를 제대로 하는 인간이 없다. 그만큼 제대로 살아가는 인간이 없다는 얘기다.'스내치(Snatch)'의 주인공들이다.

2년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 는 하류 인간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난잡한 그대로 스크린에 올렸다. 통렬한 비판 같은 것은 없다. '그냥' 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하다.

'스내치' 역시 이 '그냥' 정신으로 만든 영화이다. '네 손가락' 프랭키(베네치오 델 토로)는 훔친 8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뉴욕에 있는 보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박' 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머릿속에서 '비바 라스베가스' 노래가 울려퍼지는 중증 도박꾼 프랭키가 결국 도박판에 끼어들면서 보석을 갈취 당한다.

보석을 노리는 러시아인, 사기 권투시합에 집시 미키(브래드 피트)를 내세웠다 낭패를 본 브릭 탑,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나타난 '총알 이빨' 토니(비니 존스). 사람을 죽여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흘 굶긴 돼지에게 사료로 던져주는 브릭탑, 총알을 4발이나 맞고서도 상대방을 박살낸 러시아인 보리스, 브릭 탑에게 협박 당하는 불상한 터키쉬(제이슨 스테이섬) 등이 마구 얽혀버린다.

'황당무계' '설상가상' '오비이락' '새옹지마' '인과응보' 가 맞물린 상황에 빠지며 결국 대부분 죽거나 혹은 다치거나.

폭죽 100여발이 불규칙한 시차를 두고 터지는 것처럼 영화는 정신없이 전개된다. '록 스탁.'에서의 그 정신없는 장총처럼 말이다.

그러나 분명 승자는 있다. 그것은 러시아 마피아도, 천하무적 보리스도 아니다. 중요한 일마다 "엄마한테 물어보고"라고 말하는 미키이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센 주먹 하나 때문에 피튀기는 싸움판에 뛰어든 미키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데 그것은 우연과 필연의 '몽타쥬'에 의한 것이다. 브래드 피트 자신도 승자다.

날래고 거칠며 타협불가능 하지만 일면 순진한 아일랜드 다혈질 히피의 모습을 날렵한 몸으로 연기했다. 근래 가장 호연한 영화로 꼽힐 만하다.

충분히 재미있음에도 전작의 그늘이 너무 많다. 구성과 인물은 물론 재기발랄함과 황당함까지 '자기 복제'의 혐의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이 리치가 '록스탁.' 한편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되고, 마돈나와 결혼까지 성공하면서 '리치 가이' 가 된 탓일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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