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부터 나돌기 시작한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간의 현격한 시각차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감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뿌리가 깊고 넓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큰 틀의 총론적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 표출은 미국이 북한 설득의 무거운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측은 '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대북정책 노선이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김 대통령의 대북 이니셔티브를 인정하면서도 북한을 아직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점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북한 지도부를 설득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필요성에도 견해를 같이 했다. 특히 정상 회담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은 녹녹지가 않다.
그는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래에 대화는 하겠지만 앞으로 그 대화에서 있을 합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김 위원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북미대화도 북한측의 향후 태도를 봐 가면서 진행할 뜻 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개발 의혹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부시 행정부는 나아가 현재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측 재래식 전력의 후방이동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한반도로 넘어 온 셈이다. 우리는 곧 있을 제 2차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군사적 상호신뢰의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그래서 김 위원장의 신사고를 주시한다.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를 때 한반도 긴장완화는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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