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도 '어김없이' 전국이 황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황사는 초목이 없는 몽골과 중국 북서부의 광활한 사막과 건조지대에서 발생하는 흙ㆍ먼지바람이다. 다소 습한 6~8월에는 덜 발생하나 건조한 봄철에 특히 짙은 황사가 생기고 겨울에도 발생할 수 있다.
몽골의 경우 1년중 60~120일간 발생하는 지역이 있으며, 한반도에는 보통 약 10회에 걸쳐 20일 전후 발생되는데 이중 1~3회는 아주 심하다.
올해에는 몽골 남부 고비사막의 황사가 1월 2일 내습하였고, 1월 31일에도 약한 황사먼지가 발생했다. 이어 중국 만리장성 일대 고비사막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황사가 생겨, 발생 36시간만인 3월 6일 밤 차량 위와 유리 등에 뿌연 먼지가 침적되었다.
황사는 싯누렇게 몰려와 시야거리를 1.5 km 이하까지 감소시키는 등 대기환경을 어지럽게 하지만, 보다 걱정되는 것은 주지하다시피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데 있다.
황사는 기침 등 호흡기와 알레르기 질환, 눈병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킨다. 황사입자의 크기는 0.1∼20 ㎛ 으로, 큰 것은 코와 목등에 부착 흡수되나 작은 것들은 폐 깊숙이 흡입되어 폐 질환을 일으키고 천식 환자를 괴롭힌다.
그리고 초목의 숨구멍을 막고 비닐하우스를 덮어 농작물의 생육에 장애를 준다. 게다가 반도체와 전자장비, TV생산공정 등에 피해를 주어 매년 수백∼수천억대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황사속에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다량 함유돼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런데 황사피해와 관련해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요즘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구제역과의 상관관계이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바람은 1년 중 약 70% 이상이 서풍계열의 기류와 관계가 있다. 이는 몽골과 중국을 거쳐오기 때문에 황사 입자들은 평소에도 적지만, 자주 유입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황사 입자보다 1,000배나 작은 각종 바이러스가 황사와 함께 또는 황사 없이도 1년 중 240일 이상 우리나라에 올 수 있고 실제 그렇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황사가 구제역의 직접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만약 황사가 전적으로 구제역의 원인이라면 중국과 몽골의 가축들은 전부 구제역에 감염돼 전멸했을 것이라는 극단적 추론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당국은 구제역 관한 책임을 황사에만 전가하기 전에 구제역 발생지 현황을 파악하고,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기속에서 어느 정도 생명력을 지니고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 지 등에 관한 환경적 행태 규명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이제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황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황사의 가장 큰 피해국인 중국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 등과 협력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제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환경장관 회담에서 황허(黃河) 상류의 녹지화, 즉 나무심기를 통한 생태복원 작업으로 황사의 근원을 제거하는 방법이 논의된 적도 있다.
실제로 반사막지대에 부분적 관개를 하고 상록수를 심어 황사 발원지의 100분의 1이라도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달말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중국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미국과 일본의 대기관측용 항공기와 선박으로 대기흐름을 관측ㆍ조사하고, 황사에 관한 정밀 규명도 시도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용승 교원대 지구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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