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통신시장 독점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퇴출 위기에 몰린 후발 업체들이 '사업 포기'라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 논리'를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부도 한통 민영화와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앞두고 더 이상 이 문제를 덮어둘 수 만은 없게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통신이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통신 네트워크의 '말초신경' 격인 시내 가입자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서비스별로 경쟁 체제가 도입됐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후발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한국통신의 시외전화 점유율은 무려 83.8%.
반면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각각 3,000억원, 6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견디다 못해 사업 포기를 검토중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요금은 자꾸 내려 원가보상율이 60%에 불과한데 매출액의 절반을 한국통신에 시내망 접속료로 내야 하니 사업이 될 리가 있느냐"며 "시설 증대나 유지ㆍ관리를 제때 해주지 않고 장비업체에 압력을 넣는 등 보이지 않는 불이익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통신은 초고속 인터넷(ADSL) 부문에서도 가입자망 독점에 힘입어 선발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시내전화의 경우 한국통신이 99.5%를 점유, 사실상 완전독점 체제.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114에서 하나로통신 가입자 번호를 안내하는 것도 지난해 11월에야 이뤄졌을 정도로 횡포가 심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또 한통프리텔ㆍ엠닷컴의 이동전화 가입자 유치를 대행하면서 부당 할인판매를 실시, 말썽을 빚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명백한 보조금 불법 지급인 만큼 상당액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면서 "PCS 재판매를 담당하는 별정사업 부문과 기존 사업간에 회계분리 등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통신의 항변
한국통신은 "접속료 산정이나 회계분리 등은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후발 업체들이 경영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국통신은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민영화전 시내망 분리' 주장에 대해 "통합과 대형화라는 세계 통신시장 조류에 역행할 뿐 아니라 경쟁력 약화로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심하는 정통부
정통부는 지난달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3개 사업자 구도로 통신시장 재편을 유도하고 후발 업체들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접속료 산정과 요금체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연구중이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의 이해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데다 법ㆍ제도 개선에도 어려움이 많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