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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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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뒷얘기

입력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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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실수 해프닝 한때 혼선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과정에서 미국측 통역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제대로 통역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한국계 김동현씨가 맡은 부시 대통령측 통역은 모두 발언을 통역하면서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소개한 뒤 후속 발언을 불명확하게 전달했다.

김씨는 "그것이 우리가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얘기를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졸속으로 통역한 것.

이 바람에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이견'이 한때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통역에 불만을 표시했고 백악관측은 곧바로 충실한 번역본을 배포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혼선은 '협소한' 장소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동 기자회견이 있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는 30여평 규모에 불과했으나 양국 보도진과 배석자 50여명이 몰려 양국 대통령의 발언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동 발표문이 나오기까지 양국간에 상당한 줄다리기도 있었다. 회담 결과 발표형식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이 있었던 것. 우리 정부는 한미간 이견 없음을 내외에 공인시키기 위해 미국의 지지표명을 '명문화'하는 데 주력했다.

워싱턴=이영성기자

■부시 표현 거칠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솔직함'이 유난히 강조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솔직함이라는 표현이 두 정상간 이견의 외교적 수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솔직하고 격의없이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회의감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김 대통령은 북한이 '제2의 중국'을 표방할 가능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보다는 양 정상이 사전 각본없이 대북정책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벌였기 때문에 솔직함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설명도 설득력있게 제시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솔직함을 넘어선 거친 표현들이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실제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긍정 평가하고도 기자회견에서는 '회의' '우려' '비밀에 싸인 나라' 등 다듬어지지 않은 부정적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부시 대통령의 거침없는 의사표현 스타일은 김 대통령이 대북 화해정책의 의미 등을 설명하자 "풀 서포트(full support, 전폭지원) 하겠다"며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한 데서도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 배석한 우리측 인사들에게 일일이 "커피를 하겠느냐, 차를 하겠느냐"고 묻는 등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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