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양국 간에 의견차가 노출됐다고 해석했다.■뉴욕 타임스는 8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 향후 몇 달 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평화선언'을 체결하길 희망하는 김 대통령과 거리감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김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때 "최대 성과는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통해 상호이해를 높인 것"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미지근한(tepid) 평가를 내렸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에게 '확실한 반박'을 한 것으로, 북미간에 곧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한반도의 평화협상을 여는 대통령이 되려 하는 김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political blow)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한미 양국 정상이 의견차가 있었음에도 기자회견에서는 애써 숨기려 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많은 문제가 있다고 가볍게 지적한 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부시 대통령은 대북 회의론을 제기하면서도 한국과 공통의 목표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고 이 통신은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투명성이 많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북미 미사일 협상에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어색한 출발(awkward start)'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어 전날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이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용할 의사를 시사한 점을 상기한 후 부시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외교정책에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포용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대북 협상을 즉각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한국 정부와 거리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른 대북 정책을 추진할 의사를 상당히 명확하게 표명했다면서 한국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다루는 방법을 두고 의견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 두 동맹의 불일치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