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한국시간) "북한에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과 무력도발 포기를 보장 받고 그 반대급부로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포괄적 상호주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매디슨호텔에서 크리스토퍼 드머스 미기업연구소(AEI) 소장과 도널드 그레그 한국협회장 등 한반도 전문가 25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과 한국은 대북정책에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각차이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정권의 성격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북한의 가시적ㆍ긍정적 조치의 필요성과 대북협상 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나도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은 현재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13일 남북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면 그 때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새벽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부시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 김 대통령의 남북문제 주도에 대한 지지 등 5개 항의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또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이 합의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는 데 북한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이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김 대통령은 "합의가 쉬운 긴장완화부터 시작, 이 기반 위에서 군비감축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자에 대해 조금의 회의감(Skepticism)을 갖고 있으나 그럼에도 우리가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는 김 대통령에게 일정 시점에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어떤 협상이든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 돈 에번스 상무, 폴 오닐 재무 장관을 각각 접견하고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총재 및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와 조찬을 함께 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