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성공이다' '절반의 성공이다' '실패다'는 등 평가가 분분하다. 그 어떤 평가도 옳을 수 있다.한미간 대북정책 공조확인, 우리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 등을 담은 양국 공동 발표문을 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무리는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자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으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에 초점을 맞추면 '실패'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회담의 성패에 매달리는 시각은 어느 쪽이든 본질이 아닌 곁가지를 분석하는 편에 기울어져있다.
부부간에도 생각이나 행동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물며 국가간에 전략적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미간에 조그만 시각차라도 있으면 큰 일이 난 것처럼 인식하는 잘못된 경향이 있다. 특히 정부 외교당국자들이나 식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경향이 강하다.
정부의 한 외교당국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 전에 "한미간에는 100% 이견이 없다"면서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그 동안 '한미간 갈등'을 확대 보도한 일부 언론들은 부끄러울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정상회담 후에도 한미간에 노출된 대북 시각차를 굳이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한미 동맹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다. 우리의 목적은 전쟁방지, 냉전종식, 한반도 평화구축이자 경제적 번영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 미국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어느 순간에서나, 모든 문제에 있어서나 우리와 미국이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아직 대외정책을 정교하게 정리해놓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시각차가 노정될 수 있으며 이는 큰 틀에서 공조가 약속된 이상 앞으로 조율해 나가면 된다.
시각차가 없는 것처럼 강변하는 것이나, 미국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정책적 실패로 단정하는 것 모두 균형있는 모습이라고 할수없다.
이영성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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