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를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라고 생각하시오."이탈리아의 카티아 벨릴로(49) 여성장관은 트레이너의 이 같은 독려를 귀가 따갑게 들으며 4개월간 미트를 두들기고 있다. 1998년부터 여성의 권익신장을 담당하는 무임소장관으로 재직해온 벨릴로는 지천명을 앞둔 여성임에도 올 1월 링에 올라 이탈리아 정계를 놀라게 했던 복싱광이다.
이탈리아 공산당원인 베릴로는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성도 똑같이 원하는 법"이라며 지난달 복지부장관 움베르토 베로네시를 설득, 마침내 이탈리아 국내에서 여자복싱을 허가하는 법령에 서명토록 했다. 또한 여자복싱이 2008년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도록 로비를 벌이는 등 국제여자복싱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성희롱 문제와 관련, 의회서 무솔리니의 손녀 알레산드라 무솔리니와 과도한 몸싸움을 벌여 완승(?)을 거두는 등 벨릴로는 불안정한 이탈리아 정계에서 복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집권당인 중도좌파연합도 비판을 하고 있지만 벨릴로는 눈 하나 까딱 않는다.
'모든 여성이 천성적으로 약하고 순하다'는 논리를 펴는 남성정치인에게는 가차 없이 직격탄을 날리는 벨릴로는 "집중과 보호능력을 필요로 하고 언제 상대를 때려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복싱과 정치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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