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해주세요." "검토해 봐야지요."김재정(金在正) 대한의사협회장이 최근 보름 사이에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을 2차례나 찾아갔다.
경찰청이 수사중인 '의료계 리베이트 사건' 에 연루된 회원 의사들의 '구명(救命)'을 위해서다. 김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 청장을 찾아가 "의사들의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6일 아침 다시 이 청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의사 들의 혐의 대부분이 제약회사의 통상적인 판촉 관행"이라고 설명한 뒤 "청장이 선처하도록 힘써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하지만 이 청장은 "고려해 보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주변에서는 의협회장의 이례적인 방문을 놓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위치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료계 파업사태 때 의협측은 8월 연세대 의사집회의 과잉진압에 대한 이 청장의 방문 사과를 요구했었다. 이에 따라 윤웅섭(尹雄燮)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유감입장을 발표했으나 의료계측은 "경찰청장이 의ㆍ약ㆍ정 협상장에 직접 찾아와 사과할 때 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자세를 보였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의협 관계자들은 "경찰의 수사는 작년의 '악연'과 무관치 않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경찰은 이달중 1,000명이 넘는 의사들에 대한 의약품 납품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혐의가 밝혀진 의사들을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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