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년생, 남자, 전주' '○○○, 87년생, 여자, 서울''스와핑(부부교환섹스), 번섹(즉석성교), 동거'를 타이틀로 내건 대형 포털의 한 동호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회원정보다. 이들 동호회 사이트에는 부부교환 시점 등을 알리는 속어인 '정팅' 약속 외에도, '여자면 다 된다' '서울 지역에 살고 섹스만 즐길 사람을 찾는다' 등 청소년들의 '몸값'을 노리는 수 많은 덫들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이 동호회 회원 300여명 중 3분의 1은 청소년이다. 전교 1등을 다투며 모범생으로 알려진 여중생이 인터넷을 통해 원조교제 상대를 구한 사건은 이 동호회에서 보면 평범한 일일 뿐이다.
개인 홈페이지와 동호회를 중심으로 각종 반인륜 사이트가 암세포처럼 퍼져가며 청소년을 유혹하는 거대한 '지하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살인심리를 부추기는 잔혹사이트의 경우 대표적인 반인륜사이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모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잔혹' '살인' 관련 동호회만 10여 개, 개인 홈페이지는 수백 여 개에 이른다. 검색사이트를 동원하면 인터넷 초보자라도 수 천 여 개의 끔찍한 사이트들을 순식간에 찾을 수 있다.
이들 홈페이지가 담고 있는 자극의 정도는 성인이 접해도 아연해질 지경. '임산부라면 스크롤바를 내리지 마세요'라는 문구에 죽은 어린 아이를 주방장이 접시에 올려서 가져가는 충격적인 사진을 담고 있는 'kill'이라는 잔혹 동호회는 '피의 향연' '자신의 악마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등 잔인성을 부추기는 글과 사진 자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동호회에 가입한 100여명의 회원 중 90%가 10대이다.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90년대 생도 포함돼 있다.
디아블로2, 포트리스 등 에서 살인자로 분한 한 청소년 게이머는 '살인길드'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가상살인의 욕구를 함께 나누고 있고, 한 동호회는 '세계 최고 살인마 양성클럽'이라는 타이틀을 거리낌없이 내걸었다.
이런 반인륜 동호회와 홈페이지의 범람은 청소년의 도덕 의식 전반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
고교 3년인 이모(17)양은 "사진의 경우 잔인할수록 인기가 좋다"며 "친구들끼리 e- 메일로 돌려보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인 김모(25)씨는 "조카가 살인장면 사진을 보내와서 화를 냈더니 도끼로 죽이는 사진도 있다며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B중학교 김모(25) 교사는 "자살사이트, 폭탄제조 사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호기심이 강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마약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더…더 자극적인것 없나요"
초등학생 김모(12)군은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이군은 온종일 인터넷에 매달려 살인 등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게임에서 대리 만족을 찾았다.
아버지가 컴퓨터를 부수자 동네 PC방을 찾아가 하루평균 3~4시간씩 매달렸다. 김군은 온라인 게임에서 손을 떼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는 자신이 혐오스럽다고 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정서 장애에 시달리거나 파멸로 치닫는 경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잔혹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동생을 살해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고 10대들 사이에는 잔혹 게임, 자살, 폭발물, 포르노 등의 반인륜 사이트를 누가 많이 알고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모(14)군은 자살 사이트에 탐닉하다 정서 불안에 시달리게 돼 학교를 중퇴했다. 임군이 즐겨찾기 해놓은 자살 사이트에 들어가면 겉으로는 자살 방지를 유도한다고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자살에 대한 소개와 방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게시판에는 "사정상 못하는 일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다" "사후 세계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자살사이트에서 충동을 느껴 실제로 자살한 중학생 사건은 사이버 공간의 자살조장 분위기가 현실화한 경우다.
중학생 김모(13)군도 포르노 사이트에 중독돼 생활 리듬을 잃고 상위권을 달리던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등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김군은 이제 웬만한 포르노에는 무감각해져 보다 말초적인 반인륜 사이트를 서핑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김군 같은 포르노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도와달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가 최근 경기 지역 초등학교 교감 123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들의 인터넷 중독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인터넷 중독의 유형은 게임 중독(56.4%), 채팅 중독(17.4%), 음란물 중독(13%), 자살이나 폭발물 등 기타 중독(13%)으로 나타났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유해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저는 얼마 전에 섹을 당했어요. 상대는 채팅에서 만난 오빠이구요. 오빠가 가슴을 만지더니 커서 좋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부끄러웠어요."
14세 미만 어린이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어린이 전용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성인 사이트에나 나올 법한 낯뜨거운 대화이지만 어린이 전용사이트에는 이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나 외설적인 대화가 예사롭게 등장한다.
사랑이 꽃피는마을 정신과의원 표진인(表鎭仁)원장은 "상담을 받으러 온 여자 어린이 환자 중에는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와 교제하다 낙태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컴섹(컴퓨터 섹스), 폰섹(전화섹스)은 기본이고 스와핑(부부교환섹스)까지 알고 있는 어린이가 많다"고 말했다.
표진인 원장은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따라주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반인륜사이트는 충격 그 자체"라며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젖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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