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제동 화재참사(4일)로 6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지 불과 나흘째. 그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사금융업체 고객이 홧김에 지른 불에 소방관이 또 참변을 당했다.특히 이번 참사는 화재현장에서 방화범이 갖고 온 사제폭발물이 터져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 화재 발생
부산 연제구 연산5동 인회빌딩 10층 유사금융업체인 ㈜오리오 본사 사무실에서 불이 난 것은 7일 낮 12시10분께. 투자자 김모(36)씨가 사제폭발물이 든 가방을 들고 사장실로 들이 닥친 뒤 불길이 치솟았고, 이어 사무실로 번졌다.
이 회사 직원 정모(32)씨 등 목격자들은 "김씨가 '내돈 내놓으라'며 권기석 대구지사장(사망)과 다투다 담뱃불에 시너를 부어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은 소방차 30여대와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 150평 크기의 사무실을 태운 뒤 30여분만에 진화됐다.
■ 진화중 폭발
그러나 참변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소방관들은 사무실 진화를 마치고 사장실로 들어가 잔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들고 온 가방에 든 폭발물이 터지면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천정 일부가 무너지고 건자재 등의 파편이 튀어 진화에 앞장 섰던 김영명(41ㆍ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소방장이 변을 당했다.
또 김덕곤(46) 소방장도 중화상을 입고 서울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사장실과 인근에는 천정 석고보드 등이 산산조각난 채 바닥에 흩어져 있고 창문틀 등은 엿가락 처럼 휘어 사고 당시의 처참함을 실감케했다.
■ 경찰 수사
김씨는 경찰에서 "회사측에 투자금 1,7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사제폭발물 소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사장실에서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김씨가 들고 들어간 007가방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오리오는 지난해 10월 동래구청에 방문판매 및 유통업체로 등록한 뒤 시중에 인형뽑기기계 등을 설치, 원금의 220%를 지급하겠다며 4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100억여원을 끌어모았으나 최근 대표 이모(34)씨가 300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경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 숨진 김소방관 주변
소방관 생활 13년째인 김소방관은 노부모를 모시면서 아내와 5살, 11살 짜리 두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한 동료 소방관들은 "평소 다른 직원들보다 늘 일찍 출근했고 선후배직원들에게 신임이 높았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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