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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이난 섬 千人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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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이난 섬 千人坑

입력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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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남단의 하이난다오(海南島)에는 한국바람이 분다. 고소득자들은 삼성이 만든 휴대전화기에 매료돼 있고, 젊은 세대는 안재욱과 김희선에 열광하며 홍콩패션을 마다하고 한국패션을 입는다.공직자들은 관광개발 모델인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이 교육코스처럼 되었다. 한국 관광객들도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열대 자연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든다. 하이난의 관광지와 골프장과 텔레비전 화면에는 한국인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섬의 야산에는 반세기 전 집단 학살된 1,000여 한국인 원혼이 묻힌 천인갱(千人坑)이 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은 인도차이나 침략의 거점인 하이난 섬에 한국인 1,250명을 끌어다 공항 철도 비행장 도로건설장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소위 경성형무소 수감자로 구성된 조선 남방 보국대였다. 일본은 패전과 함께 철수 하면서 자기들의 만행을 숨기기 위해 이들을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

■3ㆍ1절 바로 전날인 2월 28일 천인갱(千人坑)을 우연찮게 찾았다. 보아오 아시아 포럼 창립회의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가한 이수성 전 총리가 현지에서 소문을 듣고 "산이 깊어 올라가기 힘들면 망배(望拜)라도 하자"며 소매를 끌어 당겼다.

섬 최남단인 샨야(三亞)시 외곽에 있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비석 몇 개만 새로 세워진 황량한 풍경이었다.

■천인갱 주변을 사들여 묻힌 유골과 유품을 수습하고 묘역화 작업을 한 것은 하이난에 진출하여 농장을 경영하는 신우농업종합개발 유한공사라는 개인회사다. 천인갱의 내력을 들은 서재홍 사장이 비석이라도 세워 원혼을 달래자던 것에서 출발했다.

교과서 왜곡에 목청을 높이지만 우리는 천인갱의 진실을 반세기 동안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 시신마저 가시덤불밑 땅속에 뒤엉켜 잠못 이룰 이들 천명의 원혼을 어떻게 진혼할 것인가. 정부가 해야 할 분명한 일이 있을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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