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된 밀양 얼음골에서 5년전부터 밀양시민의 성원과 밀양시의 후원으로 매년 8월 개최되고 있는 '얼음골 동의축제(東醫祝祭)'의 집전위원회가 동의각(東醫閣)건립을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동의각은 밀양 재약산(載藥山) 아래 양기 격인 가마불과 음기 격인 얼음골이 만나는 지점에 건립될 예정이다.
동의축제 집전위는 이 동의각에 허준 선생을 비롯한 의성(醫聖)들의 위패를 모셔 생명보다는 금전에 눈이 어두운 이 시대에 참 의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성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허준 선생이 얼음골에서 스승의 시신을 해부했다는 것이 명확히 고증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며, 동의축제나 동의각 건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원의 춘향제는 소설에 기원을 둔 것이고, 독일의 로렐라이축제 역시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독일의 한 마을은 괴테가 잠시 머물던 집에 괴테문학관을 지어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놓았다. 이처럼 지역축제나 기념물은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배경이든 전설이든 그 의미를 잘 살린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지역축제나 기념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의축제나 동의각도 "냉동시설이 없었던 시절, 얼음골에서 허준 선생이 스승을 해부했다"는 구전과, 소설 동의보감에서 묘사된 해부 장면의 주위 배경이 얼음골 풍경과 일치하고 있음을 볼 때 전설과 소설을 토대로 해 얼음골에서 동의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
더구나 동의각을 건립키 위해 대한한의사협회도 발벗고 나서고 있고 지난 2년간 동의축제기간에 이 곳에서 전국한의사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등 얼음골은 명실공히 한의학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 전 얼음골의 신비를 촬영해 간 일본 후지TV에서는 "일본에 이런 곳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방치해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감탄했다. 소중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일성이기도 했다.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제정한 '지역문화의 해'라고 한다.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문화행사와 기념품만 있는 상황에서 '동의축제'가 독특한 지역축제가 되고 동의각이 의미있는 기념관이 됐으면 한다. 여기에 지역민은 물론 정부와 국민의 성원이 보태졌으면 좋겠다.
손명석 경남 밀양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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