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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2)지나친 욕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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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2)지나친 욕심은 금물

입력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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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잦은 눈때문에 2개월 넘게 라운드를 할 수 없었던 K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첫 골프 약속을 한 뒤 아무래도 몸이 너무 굳은 것 같아 출장 전날 연습장을 찾았다. K는 평소 연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연습을 권하는 친구들에게 "연습 안하고도 골프를 잘 쳐야지 연습을 많이 하면 누군들 골프를 못치겠어"하고 넘기던 그였다.

한참동안 공 맞히기조차 힘들었으나 두 박스를 치고 나자 옛날 샷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묘한 미소가 비어져 나왔다. "이만 하면 혼내줄 수 있겠구먼. 연습도 제대로 안 하는 친구들이니 엄청 헤매겠지." K의 샷은 더욱 힘이 들어갔고 매트를 떠난 공은 죽죽 뻗어나갔다.

다음날 K는 잔설이 있는 첫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동반자들은 몸을 푼다고 열심히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다. K는 동반자들을 한번 둘러보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첫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굿샷'이라는 소리를 기다렸지만 동반자들은 조용했다.

"아직 몸이 덜 풀려서"라는 한 동반자의 위안을 들으며 티잉그라운드에서 물러나 앞을 보니 볼은 한 150야드쯤에 떨어져 있었다. 첫 드라이버샷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날의 라운드는 최악으로 기억될 만큼 고통스런 것이었다. 전날 연습장에서 날렸던 힘찬 샷을 재현하려고 애썼지만 태반이 미스샷이었다. K의 미스샷은 평소 안 하던 연습을 한 대가를 바라는 지나친 기대와 욕심으로 힘이 들어가고 조급해진 데서 비롯된 것이다.

반대로 다른 동반자들은 지난 가을의 솜씨는 아니었지만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연습을 별로 하지 않고 출장 횟수도 적은 동반자들은 오랜만에 나왔으니 조심하자며 슬슬 달래며 샷을 날렸기 때문이다.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지 않아 지나친 욕심도 없으니 샷에 무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몸에 익지 않은 짓은 금물이다. 남이 한다고 덩달아 흉내를 내다간 치명적인 화를 자초한다.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평소보다 더 나은 실력을 원한다면 연습장에서 익혀서 근육과 머리에 확실히 입력시켜 낯설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다.

모든 것에 관성이란 게 있다. 방향을 바꾸고 싶어도 서서히 방향전환을 시도해야지 갑자기 멈추거나 급회전을 하면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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