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내지 폐지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영화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한동안 주춤했던 할리우드 영화 대작의 반격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힘겨운 봄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우선 한국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이 최근 너무 좋지 않다. 지난해 추석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지난달 9일 154일간의 극장상영을 마치며 전국 597만 5,820명(서울 250만 9,320명)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 영화를 제외한 한국 영화는 제작비에 관계없이 상당수가 흥행에 실패했다. '순애보' '불후의 명작' '눈물'등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고, '광시곡' '천사몽'은 '참패'자체다.
'자카르타''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서울에서 30만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 그나마 '선전'했다. 현재 극장 상영중인 '번지점프를 하다'가 서울 관객 35만명을 넘어서며 올 개봉 영화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30만, 40만명 내외의 '중급' 흥행 영화가 많다는 점은 반갑지만 99년의 '쉬리', 지난해의 '반칙왕'같은 흥행대작이 나오지 않고 있어 충무로를 초조하게 만든다.
'2약2강(2년 약세, 2년 강세)'사이클을 반복해온 할리우드 영화가 올부터는 상승 무드를 탈 분위기이다. 연초 '버티칼 리미트', 2월중 '캐스트 어웨이'를 필두로 쟁쟁한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개봉 첫주 기록으로 미 사상 3위를 기록한 '한니발'이 이달말 개봉예정이고, 6월2일 개봉할 '진주만'은 제작비 1억3,000만달러(단일 스튜디오 투자액으로 미 사상최고)에 흥행귀재 제리 브루크하이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작품이다.
'미이라 2', '툼 레이더'(Tomb Raider), '쥬라기공원 3'도 6, 7월중 잇달아 개봉된다.
'툼 레이더'는 존 보이트, 안젤리나 졸리 부녀가 출연하는 영화로 '여성판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등 여름에 개봉할 '빅4'는 엄청난 물량과 흥행 요소가 서로 부딪쳐 미국내에서도 서로 개봉날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이다.
제작비 55억원이 투입된 '무사'(김성수감독)는 '진주만' '미이라2'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7월 후반으로 개봉을 미뤄놓은 상태이다.
문제는 '빅4'전쟁에 맞설 우리 영화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핫머니 성향의 영화 투자자금은 넘쳐나고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제작관행은 고만고만한 자기 복제류의 멜로, 코믹물을 양산하거나 제작비를 의심케 하는 완성도 낮은 영화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 '친구' '무사' 등 이달 말부터 개봉할 영화들이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올 우리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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