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나가면 정신이 번쩍 든다. 사소한 지엽말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 급변하는 세계사의 거울 속에 그대로 비치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역전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즐겁다. 스포츠 경기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경쟁에서도 역전의 장면을 보는 것은 감동과 기쁨을 준다.
최근 정보통신(IT)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일랜드와 핀란드를 돌아보고 느낀 감회는 바로 역사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전의 드라마였다.
IT 강국 아일랜드, 핀란드, 스웨덴을 갔다. 아일랜드와 핀란드는 똑같이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유럽의 열등생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의 역사의 변방에서 소외와 가난을 겪었던 나라였다.
그러나 역사는 바뀌는 것인가. 90년대를 통과하면서 아일랜드와 핀란드는 유럽의 우등생이자 IT 강국으로 떠올랐다. 아일랜드는 소프트웨어 수출에서, 핀란드는 휴대전화 수출에서 각각 일등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핵심적 성공요인으로 영어와 수준높은 교육, 그리고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들고 있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변신에 쉬웠는지도 모른다.
아일랜드와 핀란드 모두 '정보화 국가'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일랜드는 영어가 국어이지만 핀란드는 핀어라는 모국어 외에 80%의 국민이 영어를 능숙하게 쓴다.
핀란드와 아일랜드의 공통적인 강점은 교육에 있다. 아일랜드에 진출한 미국의 IT 업체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휴렛팩커드, 오라클 등은 모두 더블린대학과 트리니티대학 졸업생의 수준을 미국이나 인도인에 비해 손색없는 일류라고 꼽는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핀란드의 헬싱키 공대는 미국의 MIT나 스탠포드대학에 비견될 정도다.
핀란드와 아일랜드의 성공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국가 비전'에 있다. 십년 전 어느 나라도 아직 주목하고 있지 않을 때 세계 일류의 IT강국을 만들겠다는 국가목표를 제시하고 경영해온 양국 국민과 정부에 그 功이 있다.
한국이 만일 90년대초부터 IT에 눈떴더라면 지금쯤 일본 경제를 추월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아일랜드는 영국을 추월했고 핀란드는 스웨덴을 추월했다.
수백년 동안 식민지로 억눌려 살아온 아일랜드와 핀란드가 이웃 강국 영국과 스웨덴에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셈이다.
산업혁명기에 전기와 내연기관이 세상을 바꾸었듯이 이제 IT가 역사를 바꾸고 있다. 한국의 비전은 IT에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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