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회관 내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사무실(302호) 책상에서 발견된 3억~4억원 규모의 약속어음, 통장 등의 주인은 13대(89~92년)에 이 방을 사용했던 도영심 전 의원으로 밝혀졌다.도 전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자청, "지난달 12일 김 의원이 전화를 걸어 약속어음 등이 책상 서랍 안에서 나왔다고 해서 사람을 보내 찾아왔다"면서 당시 찾아 온 약속어음 등을 공개했다.
도 전 의원은 "잃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데다 재산가치도 크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 전 의원이 공개한 분실물은 총 310만원이 입금된 딸(29)과 아들(26) 명의의 통장 3개, 전남편 이 모씨가 운영하던 B사의 약속어음 17매(5억2,172만원)와 당좌수표 4매(3,580만원), 88년 발행된 관용여권, 자동차 구입시 매입한 지하철 채권(135만5,000원) 등 이었다.
다음은 문답.
_상당한 액수의 어음과 수표였는데, 왜 찾지 않았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어음과 수표만 분실신고를 했다. 서랍 뒤에 떨어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재산가치도 크지 않다. B사는 87년에 부도가 났고, 지하철 채권도 이번에 교환해 보니 27만원밖에 안 줬다."
_재산가치가 없는 어음과 수표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 아버지 회사에서 발행한 것이라 나중에라도 물려주기 위해 남겨두었다.
관용 여권도 이미 기한이 지난 것으로 기념으로 갖고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국ㆍ공채는 지하철 채권을 말하는 것 같다."
_사건이 불거졌을 때 부인했는데.
"김 의원이 자신만 입다물면 아무도 모른다고 해서 덮어두려고 했다. 그런데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커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가만 있을 수 없었다."
_결국 김 의원 입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나간 것인데.
"실망스럽다. 오늘 기자회견에도 함께 나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분실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누구 돈을 빼 돌린 것도 아닌데 너무 몰아붙여서 괴롭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김홍신의원 "액수 잘 모른다" 발뺌
김홍신 의원은 도 전 의원의 해명과 관련, "물건은 책상서랍 뒤에서 내가 직접 발견했지만 국ㆍ공채와 약속어음 등의 액수는 보좌관이 확인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여권이 나오는 순간 물건을 봉투에 넣어 밀봉했다"며 "나도 보긴 했지만 이것저것 섞여 있어 각각의 액수가 얼마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장 잔액에 관해서도 "좌우간 잘 모르는데, 천 몇 백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꼬리를 흐리면서 "내입으로 1,500만원이 있었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도 전 의원과 통화한 내용에 관해서도 정확한 사실확인을 피한 채 "어쨌든 개인적으로 (도 전 의원)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다. 말을 아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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