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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카네기홀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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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카네기홀 데뷔

입력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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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거문고 연주자 겸 작곡가 김진희(44)씨가 자신의 첫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세계 최고의 연주장인 카네기홀에 데뷔한다.미국작곡가 오케스트라(ACO)의 위촉으로 작곡한 거문고협주곡 '영원한 바위'(Eternal Rock)를 1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직접 세계초연한다.

ACO 음악감독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이 음악회는 ACO의 이민 작곡가 발굴 프로젝트 '이민 소리'의 하나로 마련된 것. 다민족국가인 미국에 들어온 이민 작곡가들이 미국 문화에 스며들어 빚어낸 새 음악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ACO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1977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400곡 이상을 연주했다.

그 중 100곡 이상이 세계 초연이었고 작곡가에게 위촉한 작품만도 90곡이 넘는다. ACO는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있으며, 2002년 문을 여는 카네기홀 지하 2,000석의 현대음악 전용홀 운영을 주관한다.

김씨는 국악을 바탕으로 한 현대음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특이한 것은 그의 음악이 서양음악과 서양악기로 하여금 국악의 기법과 뉘앙스를 따르도록 요구하는 점이다.

국악의 세계화ㆍ현대화를 내세우는 많은 작곡가들이 서양음악 스타일로 곡을 쓰거나 음색 실험 차원에서 국악기를 사용하는 것과는 반대다.

그렇게 작곡된 그의 음악은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한 미감으로 '동서양 미학의 참된 융합'(ACO 예술감독 로버트 비저), '언어와 문화의 벽을 무너뜨리는 가장 멋진 월드뮤직'(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한 지난 20년간 한국 전통음악 고유의 특성인 '시김새'를 서양악기에 집어넣는 데 힘써왔다"고 말한다. 시김새는 음을 굴리고 떨고 흘리고 해서 음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법을 가리킨다.

이는 음과 음을 연결하고 쌓아서 소리를 만드는 서양음악에서는 매우 낯선 요소일 수 밖에 없는데, 그는 이 단어를 '살아있는 음'(Living Tone)으로 번역, 작품 연주와 강의를 통해 미국에 소개하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시김새의 미학은 그의 작품집 음반 '시김새'(서울음반)에서 잘 드러난다.

예컨대 현악4중주와 거문고를 위한 '농락'에서 현악4중주는 조선시대 궁중음악인 종묘제례악이나 수제천을 연상시킨다.

이 곡은 미국의 유명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크로노스 쿼르텟의 위촉으로 쓰여졌다. 우리 전통악기인 피리 3대와 서양악기인 오보에/잉글리시 호른의 '피리 4중주'에서 오보에는 피리의 시김새를 구사하고 있다.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악작곡과를 나와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캘리포니아의 밀스 칼리지에서 전자음악과 작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컴퓨터와 연결해 온갖 소리를 내는 세계에서 하나 뿐인 전자거문고도 발명해서 연주하고 있다.

그는 "20년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음악을 알리는 것과 함께 동서양 음악은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 것이 최고'라고 고집하는 건 아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음악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배우고 공유해야 한다."

열린 자세로, 그는 서양악기 뿐 아니라 아시아ㆍ아프리카 전통악기와 거문고를 섞어 작곡을 하고 재즈 즉흥의 대가들과 협연하는 등 음악적ㆍ지리적으로 세계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지평을 누비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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