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소년의 눈을 통해서 본 한여인의 인생유전무솔리니가 프랑스와 영국에 선전 포고를 한 날, 소년은 처음으로 자전거를 갖게 됐다. 소년 레나토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일종의 정지화면처럼 뇌리에 각인된 아름다운 말레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1989년 '시네마천국' 으로 영사기 뒤편에 선 소년의 유쾌하고도 슬픈 성장영화로 인생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제 한 여성의 인생 유전을 지켜보는 13세의 소년의 이야기 '말레나(Malena)' 를 통해 '그녀' 와 '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지 못하는 불어선생의 딸인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너무나 관능적이며 아름답기 때문에 그녀가 지나가면 동네 꼬마들조차 마른 침을 삼킨다.
말레나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많은 남성들에게는 슬픔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를 범해도 좋다는 선언으로 들릴 뿐이다.
아내들이 침을 뱉는 것은 음험한 남편이 아닌 무고한 말레나에게 침을 뱉는다. 어려운 형편의 미망인에게 남자들은 도움을 주겠다며 달려들고, 말레나는 한 남자에게 종속되는 대신 창녀가 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돈이었고, 그 때문이라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창녀가 더 낫다.
이런 말레나의 마음을 아는 것은 레나토(쥬세페 술파로) 뿐이다. 요염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위행위로 시작한 사랑이지만, 어느새 레나토는 환상에 빠져든다.
제인을 지키는 타잔이 되고, 달리는 역마차에서 총을 쏘며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는 게리 쿠퍼도 되고.. 말레나를 '보호' 하고 싶은, 반바지를 입은 아이 대신 긴바지를 입은 어른이 되고 싶은 레나토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지만 대신 레나토는 그녀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 눈을 꽉 채우고도 남는 시실리의 아름다운 전경,그리고 소년의 사랑. 아름다운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맹목적인 마을 사람들의 편견은 '파시즘'과 교묘히 비교된다.
여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말레나가 숨기고 싶어하는 가슴은 더 이상 찬미의 대상이 아니라 짐스러운 살덩이에 불과하다.
감독은 사춘기 소년의 시선을 통해 집단적 폭력성에 중독된 '어른의 세계'를 드러낸다. 영화는 감성적이면서도 한편 냉철하다. 마을로 돌아온 말레나가 자신을 구타했던 여자들에게 던지는 그 야릇한 미소처럼.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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