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만 무성하다고 열매가 많이 열립니까?"본보 5일자 '수출 인프라 무너진다'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무역관을 통해 시장개척에 성공한 한 유아용 교육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사장은 'KOTRA 파이팅'을 주문한 반면, 또 다른 중소수출업체 사장은 "무역관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면 망한다. 무역관은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수출업자는 "무역관이 제공한 바이어 리스트 가운데 전화 연락조차 안되는 곳이 있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미국 교포라고 밝힌 고모씨는 "아직도 정부투자기관을 믿고 무역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한국 무역업체들을 대상으로 미국시장 진출에 관련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반된 평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KOTRA 관계자는 "해외근무 3년 임기중 6개월만 지나면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고 시인했다.
그는 "특정 품목에 대한 시장조사 의뢰가 하루 평균 50여건씩 쇄도하지만 품목 당 유력 바이어 5개만 추리는 데에도 만 하루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 뿐인가. 연 5~6회 시장개척단 지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현지 가이드 업무 등 가욋일에까지 동원되다 보면 업체 상담에 소홀해진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비판이 KOTRA 분발을 위한 채찍이라는 점이다. 무역관 운영상의 난맥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KOTRA가 '자기 변호'의 오랜 최면에서 벗어나 스스로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KOTRA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와 해외 통상인프라 확충은 다른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KOTRA의 잘잘못을 들어 국가 필수 기능인 해외 통상인프라 확충의 절박성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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