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석을 떨다가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일이 이번에는 달라질까요?"6일 서울시청 뒷마당에서 열린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 식장 한 켠에서 동료들을 떠나 보내며 눈물을 훔치던 소방공무원 이모(42)씨는 "평상시엔 관심도 없다가 왜 난리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4일 서울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6명이 산화한 뒤 소방관 처우개선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행자부는 소방관을 위한 보험상품 개발 방침을 밝혔고, 여당에서는 '의무소방대' 방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소방관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때 늦은 호들갑'이라는 비난의 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소방관들은 늘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구조조정이 처음 실시됐을 때는 퇴출대상 인원이 가장 많은 '비운'도 겪었다.
화재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소방관은 매년 10~20명에 달한다. 부상 소방관도 한해 250~300명에 이른다. 그러나 훈련도중 사망해도 국가보훈혜택이 없고, 다치면 치료비를 자신이 부담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을 정도다.
소방관들은 그동안 수십 차례 관련법 개정을 건의했으나 부처이기주의와 구조조정 명분아래 번번이 좌절됐고, 울분을 달래며 숨지거나 다친 동료들을 위한 성금을 걷는 데 힘을 모아야 했다.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대책은 일회성 쇼가 돼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하늘에서 눈을 못감은 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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