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최대 현안인 미사일 협상이 지난해 말 타결될 수도 있었으나 미 대선의 혼란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하지 못하는 바람에 좌절됐다고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5일 밝혔다.셔먼 조정관은 이날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자신을 포함한 협상단을 북한에 파견해 북미 미사일 문제를 타결짓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대선이 플로리다주 개표 문제로 혼란에 빠지자 "위기 상황에서 외유는 좋지 않다"는 측근들의 건의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계획이 취소되면서 협상은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전현직 행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련의 비밀회담에서 장거리 미사일의 생산, 시험, 배치 금지뿐만 아니라 이미 제 3세계권 국가들과 계약한 미사일 및 미사일 판매 부품의 수출 중단 용의도 밝혔으며 이에 따른 미국측의 현금보상 요구도 철회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이 같은 합의 사항의 이행을 어떻게 입증할 지와 북한이 이미 생산한 미사일을 파기할 지 여부, 현금 이외에 북한에 대한 지원 규모 등 일부 중요한 쟁점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만일 셔먼 조정관이 평양을 방문해 협상을 성공리에 마쳤다면 이 협상이 클린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기본합의 서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미국의 정세에 따라 결국 그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추진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직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계승할 지, 혹은 변경할 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여전히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NMD에 의존하는 대신 어느 정도 외교정책을 사용하게 될지는 불분명하다며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현재까지도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예상 밖의 진전이 이뤄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협상 계획이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설명됐으나 조지 W 부시 차기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보좌관들은 이 계획을 지지하지 않고 셔먼 조정관을 북한에 파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클린턴 행정부는 셔먼을 보내지 않는 실수를 저절렀다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선거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이 문제를 부시측과 협의할 수 있었으나 이 경우 부시에게 정통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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