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 한중 양국으로부터 역사 왜곡 반발을 부른 2002년도용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 과정에서 크게 손질된 것으로 확인됐다.현재 1ㆍ2차 수정을 마치고 문부과학성 교과서검정조사심의회의 마무리 검정 단계에 들어가 있는 문제의 교과서는 1차 수정의 정확한 내용이 일본 언론 보도로 확인된 데 이어 2차 수정 내용도 부분적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6일 "1ㆍ2차 검정 이후에도 마지막 손질이 이뤄지고 있어 최소한 사실 관계에서의 왜곡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석상의 문제나 특정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적극ㆍ소극적 기술 태도에 따른 한중 양국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애초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대륙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 일색이었던 문제의 교과서는 1차 수정 단계에서 이미 한국 병합과 난징(南京)사건 등의 기술을 후퇴시켰다.
검정 신청 단계에서 한국 병합에 대해 '일본 국책상의 필요성'과 '구미 열강의 지지 승인'을 강조하면서 '국제관계의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 그것이 1차 수정을 거치면서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삭제되는 대신 '한국내의 반발을 무력으로 억누르고 병합을 단행했다'고 바뀌었다. 또 '한국내에서 민족 독립 상실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일어났고 그 후에도 독립회복 운동이 뿌리 깊게 전개됐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6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차 수정에서는 다시 여기에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난징 사건'에 대해서도 검정 신청본이 피해자수에 대한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고 전시하에서의 인명 살해의 불가피성을 넌지시 비추었으나 1차 수정 결과 피해자수에 대한 의문을 남기면서도 '다수의 중국 민중 살해'를 인정했다.
이중 피해자수에 대한 의문은 2차 수정에서 다시 한번 주장의 강도가 퇴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평양 전쟁에 대한 기술에서는 검정신청본의 '대동아 전쟁'이라는 표현이 1차 수정후 단순히 '전쟁'으로 바뀌었다.
또 '대동아회의'와 '대동아 공영권'에 대한 일본의 시각과는 별도로 '일본의 전쟁과 아시아 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비판받았다'는 대목을 추가했다.
아시아 주변국의 최대 관심사인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실 관계 기술의 후퇴에 대해 '만드는 모임' 회장인 니시오 간지(西尾幹二) 전기통신대학 교수는 "굴욕적"이라고 언급했다.
'만드는 모임'의 홈페이지가 '그래도 우리의 개념틀은 남았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이들을 지원한 다양한 우익단체와 회원들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과거의 황국사관을 답습한 역사인식을 가진 이들이 교과서 검정에서 이런 후퇴를 무릅쓴 것은 우선 교두보를 마련, 장기전에 임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측이 경제적 실익을 고려, 무엇보다 교과서 시장 참여를 강하게 희망한 것도 한 배경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손질에도 불구하고 한국 병합 당시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의적 설명과 '한국내에 합병을 수용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등의 기술이 그대로 유지됐고 최종 수정에서도 이는 부분적으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강제 노동을 소극적으로 기술하고 군대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가해 사실을 대부분 누락하는 등 해석상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7일 김종필 특사의 방일을 통해 2차 압력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정치 개입이 어렵다는 형식 논리를 앞세우고 있으나 최고재판소(대법원) 판례는 '정확성과 공정성, 일정한 수준 유지 등 고도의 공익 목적을 위한 경우'를 예외로 인정, 추가적 수정 가능성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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