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던 중학생이 친동생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은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물론 게임 중독이 범행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정신의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게임 중독증을 이제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하지 않느냐는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분명하다.
이 학생은 컴퓨터 게임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살인을 꼭 해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혼동하는 게임 중독증이 범행에 작용한 것으로 추정케 한다. 잠재된 파괴본능을 자극하는 폭력적 게임에 중독되면 자신을 실제보다 강한 것으로 인식하고, 세상도 게임처럼 진행되기를 바라게 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강박과 편집증을 지나 정신분열적 망상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게임 중독증 고교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고, 브라질에서도 극장에서 같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게임 중독의 폐해를 분석하고, 대책을 찾는데 중요한 것은 범죄적 일탈의 원인을 가상 공간에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의 바탕에는 결국 성장과정과 사회관계 등에서 생긴 일상의 정신적 문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이 학생도 '가족들을 죽이고 싶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 싫다'는 e_메일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어쨌든 게임과 통신, 음란물 등 인터넷 중독이 개인 생활과 심신 건강은 물론, 범죄 등의 사회 병리현상을 조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유례없이 급속한 인터넷 보급에도 불구하고, 중독증 연구와 대책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한층 무방비한 상태로 그 폐해에 노출돼 있다.
우리 청소년의 90%가 컴퓨터를 갖고 있지만, 40% 이상이 게임과 오락에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중독 예방과 치료에 소홀하다.
문제의 학생도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살인업자'라고 적는 이상행동을 보였으나, 학교는 부모에게 알리는 데 그쳤다. 이때 전문적 상담치료를 받도록 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한 중학생의 충격적 일탈의 책임도 가정과 학교, 사회가 나눠 져야 한다.
브라질은 게임 마니아의 총기난사 사건이 나자, 우리는 제한 없이 팔고 있는 폭력 게임 여러 가지를 판매 금지시켰다. 새로운 매체를 보급ㆍ확산 시키는 데만 매달리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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