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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對 지재권 '에이즈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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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對 지재권 '에이즈 재판'

입력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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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의 생존권이냐,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이냐'.인구 10명중 1명 꼴로 에이즈를 앓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국제적으로 특허를 받은 에이즈 치료제 대신 상표 등록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값싼 치료제를 수입, 제조하도록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하자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다.

에이즈를 치명적인 질병에서 만성적인 질병으로 전환시킨 이 치료제들을 미국과 유럽의 환자들은 큰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가난한 환자들은 대부분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5일 남아공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글락소 웰컴, 베링거 잉겔하임, 메르크 앤 로쉬 등 세계 39개 제약 회사들은 1997년 제정된 이 법률이 보건부 장관에게 의약품의 수입과 가격구조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제약 회사들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남아공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 회사들은 "특허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미래에 신약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기업들이 없을 것"이라면서 특허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측은 국제적 특허를 받은 거대 제약 회사들의 치료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에이즈 환자 및 감염자를 위해서는 값싼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남아공의 에이즈 감염자 420만 명 가운데 98%가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에이즈 합병증 치료제 '플루카나졸'은 280 바트인 반면 남아공이 수입하려는 미 등록 상표의 태국제 '바이오솔'은 11 바트에 불과하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다 싼 의약품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면서 "제약 회사들의 탐욕이 누그러지지 않는 한 가난한 사람들과 제약 회사들간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남아공 뿐만 아니라 값싼 에이즈 치료제를 확보하려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에이즈 퇴치 운동가, 노동조합 등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회원들이 대거 나서 남아공 정부를 측면지원하고 나섰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천명의 에이즈 퇴치 운동가들은 법원과 미국 대사관 앞에서 값싼 치료제의 수입을 가로막으려는 제약 회사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심리는 최소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며, 최종 판결은 연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지 주목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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