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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세는 몸통, 월세는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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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세는 몸통, 월세는 깃털

입력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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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파트 중도금을 제때 내지 못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연리 19%의 연체이자율을 대폭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였다.한 자리 수 금리시대에서 연체이자율이 시장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근간이 공정성에 있음을 생각할 때 매우 타당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시장에는 여전히 최고 연 20%에 육박하는 금리가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데 따르는 금리가 바로 그것이다.

5,000만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1,000만원에 매월 60만원 정도를 받는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임대료 수준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소득의 25%에 가까운 금액이다. 임대료 내고 사교육비 내면 무엇을 먹고 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고치려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둔 채 변죽만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마뱀의 꼬리를 아무리 잘라도 도마뱀은 멀쩡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큰 틀에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전세제도에 있다.

전세가 월세로 이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대세인데 무슨 말이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월세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은 전세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전세제도는 그 기원을 고려시대의 가사전당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로 뿌리 깊은 제도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어떤 제도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어 왔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최근에 월세가 유행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월세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에 더욱 의문이 생긴다.

시장금리가 낮아져 전세금을 굴려 높은 이자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나타난 것이 월세이다. 집주인이 월세로 집을 놓을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월세가 전세보다 돈벌이가 좋은지에 달려있다.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지거나 혹은 정부가 임대료를 규제하거나 하여 월세의 수익이 전세만 못하게 되면 언제라도 전세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전세와 월세가 밀접히 연관된 상황 하에서는 월세에 대한 규제도 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집주인의 입장에서 월세의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전세로 바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월세의 임대료 상승은 주로 전세금의 동향에 달려 있는데 전세금은 시장금리와는 거의 상관없이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금리를 감안해서 결정되는 권장 임대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역시 전세제도인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전세제도의 문제는 전세금이 존재한다는데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전세보증금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개인저축으로 충당된다.

전세금이 너무 오르면 자살하는 세입자가 나타나고 너무 떨어지면 전세금을 내주지 못해 거리에 나앉는 집주인이 나타난다.

국민소득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 전적으로 사금융에 의존하여 위험이 너무 큰 것이 문제이다.

금융제도가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호불신에 의해 만들어진 사금융 제도가 전세제도이다. 이제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때가 되었다.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이루고 주택 임대차의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세제도를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서승환ㆍ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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