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기를 맞기 위해 이달말 세미프로리그인 V-코리아리그를 출범시키는 배구계에 용병도입 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구단들은 용병만 도입되면 삼성화재의 독주체제가 깨질 것이고 볼거리가 생긴 배구판에 관중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구와의 한판대결에서 완패한 배구를 살리는데 용병만큼 약효가 빠른 특효약은 없다는 판단인 것 같다. 현대 강만수감독은 용병문제로 이미 일본으로 떠났고, 한 실업팀도 용병도입 건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2일 끝난 감독자회의에서도 용병도입에 대해 원칙적 찬성을 표시했고 구단주들도 하루, 이틀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키로 했다. 이처럼 배구계의 발전을 위해 용병수입은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협회가 제동을 걸었다. 정부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하고 용병도입 기준마련 등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 구단들이 너무 앞서 간다는 것이다. 서둘다 낭패를 당하느니 세미프로리그를 치른 뒤 겨울 본격적인 프로출범 때 용병을 도입하자는 신중론이다.
또 용병을 도입한다고 해서 전력 평준화가 이뤄질 지에 대한 의문도 신중론의 한 배경이다. 그래서 최근 열린 상임위서 추후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일부 구단은 V-코리아리그(3∼6월)를 통해 신생팀 창단을 유도한다는 협회가 아무 볼거리도 없이 어떻게 붐을 조성할 것이며 이 기간 열리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프로야구, 프로축구 정규리그와 어떻게 경쟁할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양쪽 다 충분한 논거를 갖고 하는 주장인 만큼 일리가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논란이 생길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제 시작된 '합리적인 토론과정'이 또다시 외부에 집안싸움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막무가내식 감정싸움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구를 살리자고 도입한 '드래프트제'가 배구판을 왜 망쳤는 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합리적 판단 대신 용병문제로 다시 한번 감정싸움이 촉발된다면 배구의 앞날은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