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바둑계에 난데없이 '중국행 러시'현상이 일고 있다. 국내 프로 기사들이 다음 달 개막되는 중국 프로 바둑 리그에 대거 출전키로 결정된 것이다.한국기원에 따르면 연초 '괴동' 목진석 5단이 중국 충칭(重慶)팀과 전속 계약을 맺고 중국 바둑계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데 이어(2월 13일자 본란 참조) 루이나이웨이(상하이ㆍ上海) 장주주 9단(청두ㆍ 成都) 부부와 김승준 6단(홍콩) 김영삼 4단(선전ㆍ深 천) 박승철 2단(구이저우ㆍ 貴州 녜웨이핑 바둑도장) 등도 곧 해당팀과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월부터 열리는 중국 프로 바둑 시도 대항전에 각각 계약팀 소속으로 출전하게 되는데 목진석 박승철 장주주 루이나이웨이는 갑조, 김승준 김영삼은 을조에 배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격인 갑조는 1년 동안 중국 전역을 순회하며 각 시도 별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한국 기사들이 1년간 10여 차례 이상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대국을 해야 한다. 반면 마이너리그 격인 을조는 4월 한 달 동안에 모든 대국 일정이 마무리된다.
중국 진출 조건은 각 팀별로 개별 계약을 맺기 때문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왕복 항공료와 체제비 외에 중국 기사들과 같은 수준의 대국료를 지급할 경우 한 시즌 당 1,00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최근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바둑붐이 일고 있는데다 특히 이창호를 비롯한 국내 신예 기사들의 인기가 매우 높아 앞으로 국내 기사들의 중국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일본 기사들도 초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환율 차이가 너무 나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 바둑계로서는 현재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프로 기사들의 활동 무대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특히 패기만만한 신예 기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서봉수 9단 등 고참 기사들도 중국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둑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졌던 중국 현대 바둑이 이제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오히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바둑계도 이제 허울 좋은 '세계 최강'에만 안주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난 수 십 년간 답습해 온 기전 운영 방식을 대폭 개선해 국내 기사들에게 보다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등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는 소리가 높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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