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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그림 가르치는 '장애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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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그림 가르치는 '장애인 화가'

입력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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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붓으로 시원하게 좀 그려봐, 남자가 그렇게 속이 좁아서 어디 장가 가겠어?" "아.다.써요.. (알았어요)"지체장애1급 전신마비 장애인 화가 최진섭(崔鎭燮ㆍ44ㆍ경기 안양시 만안구 명학동)씨는 10년째 경기 안양시 '소울움 화실'에서 또다른 장애인 화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소울음'은 '깨달음'이란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며 사랑을 나누고 삶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자는 뜻이죠."

1975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최씨는 절망을 딛고 약간의 신경이 살아남은 오른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붓을 끼우는데만 5년이 걸릴만큼 지난한 과정이었다.

"다른 중증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화실 개원을 결심했습니다.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그들의 그늘진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었죠."

현재 화실 식구는 50여명. 이중 20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장애인들. 물론 교습비는 무료다. 나머지는 식사, 청소 등 화실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매일 장애인들을 차로 데려다 주는 이웃들, 매달 화실에 들러 이발을 해주는 아주머니, 하루에 몇번이고 2층 화실까지 휠체어를 들어 옮겨주는 인근 주차장 직원 등을 통해 '세상이 따뜻하다'는걸 배우게 됩니다."

최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리며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 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식구'를 이끌고 야외 스케치 여행에 나서고 연 1회'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연다.

"중요한 건 이들이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가'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지요.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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